2022년판 명동 부활설? [바이브랜드]

  • 인터비즈
  • 입력 2022년 11월 14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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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붐비는 명동(1974)_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명동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상권 부활을 염원하는 브랜드들이 ‘오와 열’을 맞춰 집결 중인데요. 노점상, 손님, 스토어 매니저, 호텔 지배인, 공인중개사까지 입 모아 증언합니다. "전성기에 비하면 한참 멀었죠. 하지만 올해보다 내년이 무조건 나을 겁니다."

갈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현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외국인이 많은 동네, 머릿속에 박힌 명동의 인상입니다. 팬데믹은 화려한 명동을 앗아갔습니다.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인근 직장인, 명동성당의 예배자들까지 자취를 감췄습니다. 분명, 그러했습니다.

이곳을 빛낸 뷰티·메디컬 브랜드는 이제 박물관 기록자료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로 면적이 좁은 필지에 옹기종기 모인 빌딩숲은 여전히 임대문의 간판을 잔뜩 붙이고 있죠. 코로나가 명동의 활력을 빼앗았습니다.

2022년 봄, 평일 정오시간대 명동풍경_출처 : 바이브랜드
지난 5월 23일. 오랜만에 방문한 명동은 다시 생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명동역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 거리를 가로지르는 동안 수많은 인파에 눈길이 쏠리더군요. 2층의 한 개인 카페는 평일 오후 4시였음에도 만석을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노점상이 돌아오며 상권 부활의 조짐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었죠.
2022년 명동 상권 현장 리포트
인파로 채워진 거리와 달리 명동이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2%로 나타났습니다. 명동은 42.1%로 평균을 한참 웃도는 수준입니다.

방문한 날에도 건물 두어 개 건너 하나 꼴로 임대 문의가 붙어 있었죠. 엔데믹 기대와 함께 명동 상권이 회복되고 있다는데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들은 기자의 시선과 달리 명동의 장밋빛 미래를 점쳤습니다.

저층부 매장-상층부 대형 옥외광고물 조합이 특징인 명동형 건물_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A 이사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오픈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었는데 최근 분위기도 달라지고, 에이랜드(대형패션편집샵)가 명동에 재오픈하는 것을 보고 다른 브랜드의 입점 계획도 앞당겨지고 있다”라며 “임대료가 (팬데믹 이전 대비) 절반 가까이 낮아지면서 성수동, 망원동 중심의 소규모 브랜드들도 명동에 많이 건너오고 있다”라고 전합니다.

그는 “충무로 뒷라인에서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이 들어서며 외국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 인프라가 확장된다”며 “명동이 앞으로도 어려운 시간을 겪겠지만 건물들이 (신축리모델링 등으로) 개선해서 들어올 것이기에 내후년쯤이면 역전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2022 상반기 새단장을 마친 명동 에이랜드_출처 : 바이브랜드
A 이사는 “세계 10대 상권을 판단할 때, ‘소멸될 수 있는 상권이냐, 확장 가능한 상권이냐?’가 기준이다. 명동이 세계 10대 상권으로 불리는 건 이곳만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남산, 명동예술극장, 명동성당에다가 비즈니스 상업 지구를 낀 자연, 비즈니스, 금융, 문화, 종교가 어울린 대체불가능한 상권이다”라고 역설합니다.

덧붙여 그는 “강남 스타일, 홍대 스타일이란 말은 있어도 ‘명동 스타일’이라는 말은 없다. 명동은 직장인부터 외국인 관광객, 명동성당에 방문하는 중장년층까지 커버하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많은 화장품 점포가 빠져나간 자리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을 계속 타진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들만 즐비하던 때보다 명동이 더 재미있고 실험적인 공간이 될 수 있겠다”라고 귀띔합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임대 문의가 붙은 건물 옆으로는 새롭게 입점을 준비하는 건물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부 상가 점포는 가림막을 친 상태로 내부 공사 중이고 부지 전체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 보였습니다.
'0% → 30%'
현장 실무자의 속사정은 어떨까요? 최악은 면했지만 흐름을 관망한다는 설명입니다.

바이브랜드팀은 ‘스탠포드 호텔 명동’을 찾아 이곳의 지배인을 만났습니다. 2021년 말, 애플스토어가 입점한 명동 신축빌딩에 280여 실 규모 호텔을 오픈한 글로벌 호텔 체인이죠.

을지로에서 바라본 스탠포드 호텔 명동_출처 : 바이브랜드
그는 “0%였던 하반기 외국인 예약 건이 크게 늘었어요. 예약률이 상반기 대비 30%까지 증가했고 ‘비행기 수 증편, 입출국 규제 완화’시 최대 70%까지 예상합니다. 현재는 ‘2030커플’과 ‘비즈니스맨’이 주고객입니다. 향후 명동 상권 흐름에 따라 바뀔 것 같습니다. 접객에 집중하며 조금 더 지켜보는 상황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명동예술극장 앞 패션 브랜드가 밀집한 메인 스트리트도 속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뉴발란스 플래그십 스토어 점장은 “유동인구는 늘었지만 매출을 감안하면 평일보다 주말이 조금 나은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야 상권이 흥할 것으로 본다”라고 응답했죠.

을지로에서 바라본 스탠포드 호텔 명동_출처 : 바이브랜드
현재 명동 상권 중심축에서 대형 스포츠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아웃도어 액티비티 유행에 발맞춘 대형 스포츠 브랜드의 장기투자로 분석됩니다. 리오프닝을 준비하는 빅브랜드가 속속 명동 한복판에 침투하고 있었습니다.

패션아이템과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은 ‘명동 전성기의 반의 반’이라는군요. ‘명동에 이렇게 사람 많은 것도 참 오랜만이다’라고 운을 틔운 기자의 말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영업을 재개했지만, 출퇴근 직장인 대상으로 장사하는 업장 말고는 크게 기대할 게 없다”라는 말로 응수했습니다.
굳건한 명동 vs. 강남의 저력
명동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명동의 높은 임대료가 팬데믹을 지나면서 일시에 정리됐다”며 “(여전히) 공실이 많지만 이젠 임대료가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접어들며 업종도 다양해지고 빠르게 채워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규제 때문에 사람들이 외곽지보다 도심지에 출입을 덜 해서 명동의 공실률이 유난히 높았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코로나 시대가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명동 상권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합니다.

명동성당이 보이는 에스프레소바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들(2022)_출처 : 바이브랜드
상권의 부침 속에서도 명동의 ‘땅값’만큼은 건재했습니다. 명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명동이 초토화 됐다고들 하지만 지난해 공시지가 1위~10위 모두 명동이었다”며 “올해는 9, 10위를 놓쳤지만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1~8위는 명동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22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전국 상위 10개 필지 현황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도 전국 표준지(토지) 공시지가 자료를 보면 명동 일대엔 땅값 상위 1~8위가 몰려 있습니다. 새롭게 9위를 차지한 서초동은 대법원, 대검찰청 등이 있는 대표적인 법조단지, 10위인 역삼동은 강남의 중심업무지구로 부동산 자본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명동 일대 공시 가격이 줄이어 하락한 가운데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19년째 ‘가장 비싼 땅’의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흥망성쇠 보인다
정비된 명동 시범상가(1984)_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6.25전쟁 이후 국가차원에서 명동 일대 구획정리를 실시하며 오늘의 모습을 갖춘 명동 거리. 상권은 거리와 달리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온 사건사고에 발맞춰 그 모습을 바꿨죠.

20세기 내내 서울 대표 유흥가였던 명동 일대는 군사정권이 집권하며 상권이 급속도로 변합니다. 60년대 이후 카페와 소극장이 주도하는 독립 문화 중심지로 변모했었죠. 21세기부터 점차 외국인 관광객 중심 상권으로 탈바꿈했지만 사드(THAAD)배치로 인한 한중갈등과 코로나19유행으로 상권이 부진에 빠졌습니다. 명동상권의 흥망성쇠는 이곳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거시적인 환경 변화와 긴히 엮입니다.
명동, '금융 패션 문화 종교' 뭉친 이색 상권
명동의 평일 주말 평균 보행량(2011)_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코로나19라는 예상 밖 변수는 명동의 모습을 새하얀 도화지처럼 만들었습니다. 덧칠은 시장 수요를 읽고 고지를 선점하려는 브랜드의 몫일텐데요.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명동에 모여 각개전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 패션 문화 종교’ 뭉친 이색 상권의 잠재력은 다시 만개할 수 있을까요? 명동 상권 공실에서 미래를 읽고, 브랜드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는 업체의 동향을 주시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번 주말, 달라진 명동 분위기를 직접 마주해보는 건 어떠실까요?

인터비즈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인터비즈 김정년 기자
#인터비즈#바이브랜드#명동#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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