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서버 전원 끈 데이터센터… 화재 대책 없어 피해 커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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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카톡 공화국’] 지하 3층 배터리 주변서 발화
화재 진압 나선 지 1시간여 만에…소방당국-SK C&C “전원 차단” 결정
카카오 서버 3만2000대 전부 다운…서비스 끊김 막을 대비책은 미흡
2014년 ‘삼성SDS 화재’ 이후, 지침 만들어졌지만 지켜지지 않아

검게 그을린 데이터센터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 내 비상 축전지가 불에 타 그을려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16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소방당국과 함께 1차 현장 감식을 위해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3층 전기실 내 배터리 주변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사진공동취재단
검게 그을린 데이터센터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 내 비상 축전지가 불에 타 그을려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16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소방당국과 함께 1차 현장 감식을 위해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3층 전기실 내 배터리 주변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디지털 시대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큰 허점이 있었다는 걸 드러냈다.

화재경보 등은 정상 작동됐으나 배터리 관련 화재여서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화재 진압 시에도 카카오톡 서비스 등이 끊김 없이 제공되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이 ‘디지털 재난’을 키웠다.

○ 발화 8시간 지나서야 완전 진화

16일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의 1차 합동 감식 결과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센터 지하 3층 전기실 배터리 주변에서 15일 오후 3시 19분 시작됐다.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데이터센터는 라우터, 서버,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전원이 끊기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원을 공급하는 일종의 대형 배터리인 UPS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전기실의 배터리팩들이 있던 선반(랙)을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했다. 당시 1개 선반에 11개의 배터리팩이 있었는데, 경찰은 이 선반 5개가 있는 곳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확보한 전기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선반에서 불이 시작된 장면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안전관리가 적절했는지 등을 계속해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터리에서 불이 발생했는지, 주변 배선 문제 등으로 화재가 발생했는지는 17일 오전 11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진행한 뒤 규명할 계획이다.

SK C&C에 따르면 화재 직후 경보가 울려 화재 사실을 즉시 인지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은 문제없이 작동했다. 근무하던 직원 26명도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 문제는 배터리 관련 화재였기 때문에 진압이 일반 소화기나 스프링클러만으로는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방당국은 “지하 3층에서 불이 났다”는 건물 보안업체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장비 46대와 인력 114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큰불을 잡았지만, 건물 내부에 연기가 찬 탓에 이날 오후 11시 45분에야 완전히 진화했다.

○ 8년 전 데이터센터 화재 겪고도 기술 대비 미흡

센터 화재가 디지털 재난으로 확대된 것은 진압 과정에서 전원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화재 진압 시작 1시간여 만인 15일 오후 4시 52분 소방 당국과 SK C&C 측은 전원을 모두 차단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결과 카카오 서버 3만2000대에 대한 전원 공급도 차단됐다.

SK C&C 측은 화재 발생 시 센터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전원 차단 없이 진압하는 방안 등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김완종 부사장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누전 위험 때문에 전원을 차단한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는 극단적인 상황은 처음 일어난 일이다. 이번을 계기로 최악의 상황까지 고민하고 기술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가 화재 피해를 겪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삼성SDS의 경기 과천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비슷한 혼란을 겪었다. 당시 데이터센터 건물 외벽을 타고 옥상으로 이어진 화재에 냉각탑이 부서지면서 서버가 과열됐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서비스 장애는 사흘간 이어졌다. 삼성카드 결제 알림서비스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국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벌인 뒤 재난 등의 상황에 대비하는 ‘집적정보 통신시설 보호지침’을 시행했다. 이 지침은 화재 시에도 업무 기능을 중단 없이 수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지키지 않은 셈이 됐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성남=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카카오#데이터센터 화재#운영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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