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Issue Highlight:]위기 넘고 성장하려면 비용 줄여 현금 확보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시장 동시다발 경기침체 먹구름… 한국 기업 위한 선제 전략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한국 기업 업종별 대응전략 제시
뼈 깎는 구조조정-현금 확보 플랜… 15년전 에어버스 전략 여전히 유효
숨은 수요-수익성 확보가 급선무… 성장 가능한 시장-고객 재정비를
경기침체기는 인수합병 최적기… 선제적 M&A로 미래동력 확보를

인플레이션 위기에 시달리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경제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의 경기 침체는 1997년, 2008년 과거 두 차례의 경기 침체보다 발생 원인이 훨씬 더 복잡하고 파급 범위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부채담보부증권(CDO) 시장 확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에서 비롯됐다. 두 경우 모두 금융시장의 문제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 게 위기의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이번 경기 침체는 조금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거진 경기 침체의 위기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실물경제 문제와 맞물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배터리, 철강, 가전,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도 수요 악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자동차 산업은 경기 침체로 인해 완성차 주문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원가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 소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 저하까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영진은 어떻게 이러한 위기에 미리 대비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월 1호(354호)에 독점 공개한 한국 기업을 위한 업종별 리세션 대응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에어버스 불황 대처 전략의 교훈

15년 전, 에어버스의 선제적 구조조정은 2008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간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08∼2009년은 항공기 제조 업계가 경기 침체로 8% 역(逆)성장하고 에어버스는 보잉에 시장점유율 1위를 내주는 등 사내외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에어버스는 이때 한발 앞선 예방 조치로 대응해 3∼4년 후 경기 회복기에 곧바로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에어버스의 위기 대응책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자 비용 절감 계획인 ‘파워8’을 시행했다. 파워8에는 대규모 인력 감축, 공장 간 재배치, 생산 비용 감축, 아웃소싱, 1차 부품 납품사와의 파트너십 강화, 물류 허브 통폐합 등의 계획이 담겼다.

둘째, 현금 확보 플랜을 가동했다. 에어버스는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사태를 계기로 전사적인 재무 구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8년 경기 침체가 닥치자마자 유동성 제고를 위해 현금 관련 지표를 내부 KPI(핵심성과지표)로 설정했다. 셋째, 기민하게 고객을 관리했다. 경기 침체기엔 고객이 불가피하게 주문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고객사 리스크 평가 부서를 만들어 고객사들의 부도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했다.

마지막으로, 네 건의 인수합병(M&A)과 더불어 우주, 방위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2008년에는 유가 상승과 함께 친환경 기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신규 모델 ‘A320 NEO’를 개발했고, 이때 개발했던 기종은 지금까지도 에어버스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영업 효과성과 재무 구조 등 개선
이 같은 비용 절감, 현금 확보, 고객 관리, 투자의 키워드는 오늘날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유효한 전략적 시사점을 준다. 먼저, 영업 비용을 줄이고 고객 관리 역량을 강화해 영업 효과성을 개선해야 한다.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 감소와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숨어 있는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용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유효 시장과 수익 시장을 세분해야 한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 가능한 시장과 채널 고객을 다시 정의해야 하며, 충성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 고객 관리 및 영업 역량을 재정비해야 한다. 영업 인력의 행동 및 결과 지표를 정의하고 이를 KPI와 연동시킬 필요도 있다.

다음으로, 현금 확보 등 재무 구조 개선도 중요하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운전 자본 비용, 즉 회사가 영업에 필요한 외상 매출과 재고 자산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 많아진다. 이때 핵심 관건은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을 때 필요한 투자 재원을 미리 마련해두는 일이다. 성장기에 수립했던 자금 운영 전략을 전략적 우선순위, 보유 유동성, 위험 대비 수익 등 가장 높은 사용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현금을 배분하는 프로세스로 변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제적 M&A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야말로 M&A에 적합한 시기다. 과거 두 차례의 경기 침체 시 기업 가치는 20∼30%까지 떨어졌다. 이는 침체기가 싼값에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란 뜻이다. 이 시기에 경기 회복 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M&A 활동에 나선다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가격 전략을 잘 세우고 구매 및 공급망 운영을 고도화하는 등 경기가 반등할 때에 대비해 회사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김도균 조기연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dokyun.kim@bain.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경기침체#베인앤드컴퍼니#대응전략#에어버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