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면제기준 3000만원서 상향
1주택 10년 보유땐 최대 50% 감면
정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案 발표
민간 재건축 사업의 핵심 규제로 꼽혀 왔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대폭 완화된다. 재건축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재건축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이고, 1주택 장기보유자는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감면해 준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전국 재건축 단지 84곳 중 38곳은 부담금을 면제받고 가구당 부담금이 1억 원을 넘는 단지도 현재 19곳에서 5곳으로 줄어든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첫 주택공급대책(8·16대책·향후 5년간 270만 채 공급)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도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처음 도입됐다가 두 차례 유예되며 유명무실해졌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부활해 올해 첫 부과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는 재건축 초과이익(재건축 시세차익에서 정상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를 뺀 금액)이 3000만 원을 넘으면 부담금으로 환수했지만 앞으로는 1억 원을 넘어야 한다. 초과이익 1억 원까지는 부담금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부과율이 달라지는 단위도 현행 2000만 원 단위에서 7000만 원 단위로 넓어진다. 이에 따라 최고 부과율(50%)을 적용하는 초과이익 기준도 기존 1억1000만 원에서 3억8000만 원으로 높아져 부담금이 낮아진다.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재건축 개시 시점도 ‘추진위원회 승인’ 다음 단계인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늦춰서 초과이익 산정 기간을 줄였다. 60세 이상 1주택자는 주택 처분 때까지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이번 현실화안은 ‘재건축 초과이익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는 “국회와 입법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부담금 2억8000만원, 10년 보유 1주택땐 3700만원
정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
장기보유 해당 안되면 7400만원… 실수요자 부담 줄여주는데 초점 최고 부과율 50% 대상도 줄여 수도권 외곽-지방 재건축에 탄력… 강남권은 여전히 수억대 부담금 野 부정적 입장, 국회 통과 미지수
29일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은 부담금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보류되거나 지연되는 것을 막아 도심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조치다. 1주택 장기보유자와 고령자 등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방과 경기 인천 등 비(非)서울 단지 부담금이 대폭 낮아지는 반면 서울 강남권 등 고가 단지 부담금은 여전히 수억 원대여서 지역과 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 2006년 기준, 집값 급등한 현실에 맞게
이번 방안은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도입 이후 한 번도 안 바뀐 재건축 부담금 기준을 집값이 대폭 오른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집값은 그 사이 3∼4배 올랐지만 16년 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하다 보니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이 7억∼8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나와 미실현 이익에 과도한 부담금을 물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기존에는 초과이익 3000만 원만 넘어도 부과했던 부담금을 앞으로는 초과이익 1억 원까지는 면제하기로 했다. 또 초과이익이 1억1000만 원을 넘기면 부담금을 무조건 50% 매겼지만 앞으로는 초과이익 1억∼3억8000만 원 구간에서는 부담금을 10∼40% 적용한다. 최고 부과율 50%는 초과이익이 3억8000만 원을 넘어야 적용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재건축 추진 주체가 조합이라는 점을 감안해 재건축 사업 시작 시점을 추진위 당시가 아니라 조합 설립으로 늦추기로 했다. 이 경우 추진위에서 조합 설립까지의 시세 상승분은 초과이익에서 제외돼 부담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 부담금, 강남은 여전히 수억 원대
국토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전국 84개 단지에 부과되는 가구당 부담금이 평균 9800만 원에서 4800만 원으로 51% 경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방 단지는 평균 부담금이 25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84% 낮아지고 경기·인천도 7600만 원에서 2900만 원으로 62% 낮아지는 등 비서울은 감면 폭이 비교적 크다. 반면 서울의 평균 부담금은 2억3900만 원에서 1억4600만 원으로 39% 낮아져 고가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단지의 감면 폭은 비교적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재건축 단지의 경우 1주택 장기보유자가 아니라면 여전히 수억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의 경우 2021년 7월 기준 초과이익이 7억5000만 원, 부담금 추정액은 3억4000만 원이다. 조합에 따르면 현실화안 적용 시 가구당 부담금은 2억5000만 원 선으로 1억 원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는 올해 5월 기준 초과이익 10억 원, 부담금 예정액은 4억6500만 원이다. 현실화안을 적용하면 부담금 추정액은 3억8000만 원이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실화안을 적용해도 부담금이 여전히 너무 많다”고 말했다.
○ “지방 재건축 활성화 기대”…국회 통과 ‘미지수’
전문가들은 개발이익이 적은 지방과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에 진전이 있겠지만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등 초과이익이 크지 않은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소장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지 재건축 사업은 여전히 부담금이 크다”며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사업 진전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 및 경기 위축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투기 수요가 들어가는 등 집값 불안을 일으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의원 입법으로 개정안 발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재건축부담금 감면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법을 정비해 내년 7월 전 시행할 계획”이라며 “1기 신도시 재정비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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