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국내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던 청년층과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또 앞으로 집값이 20% 하락하면 영끌족 등 ‘고위험 가구’의 순부채가 2배 가까이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 영끌 청년, 영세 자영업자 대출 부실 ‘경고등’
한은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8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자(0.762%포인트)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취약차주는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대출자를 뜻한다.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994조2000억 원)이 1000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기준금리라 1.0%포인트 인상되면 청년층 과다 차입자(대출금 5억 원 이상 보유)의 대출 연체율도 1.42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352%포인트)의 4배 수준으로, 영끌·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청년층의 연체율이 훨씬 더 가파르게 뛰는 셈이다. 아울러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수지(이자 수입에서 이자 비용을 뺀 것)의 적자 규모는 가구당 50만2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른 것은 감안하면 이 기간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3%포인트 이상, 청년층 과다 차입자의 연체율은 2.5%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 집값 20% 하락하면 순부채 2배 급증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등 복합위기 속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의 비중(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 한계기업 수)은 2019년 14.8%였다. 하지만 올해 이 비중이 16.9%에서, 최악의 경우 18.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대내외 충격으로 한계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관련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이 6월 수준에서 추가로 20% 하락하면 가구의 부채 대비 총자산 비율은 기존 4.5배에서 3.7배로 낮아졌다. 하락률 20%는 팬데믹 기간 20% 정도 오른 아파트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정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집값이 20% 하락하면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어려운 ‘고위험가구’의 순부채 규모는 1.5~1.9배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가계 자산의 86%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 모든 계층에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대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고위험가구의 비중은 3.2%에서 4.3%로 1.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대출 상환 및 축소)을 점진적으로 유도하는 동시에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실물자산 비중을 완화와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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