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값 급등에 주택공사 중단 속출… “분양가 뛰고 공급 늦어질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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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철근 45%, 시멘트 21% 올라… 골조업체들 재정 악화로 계약 포기
1, 2월 주택착공 작년보다 37% 줄어… 건축비 오르면 분양가 인상 불가피
“공사비 올려 달라” 하청업체 파업… 200개 현장 멈췄다 하루만에 봉합
오늘 공사 재개하지만 불씨 여전

20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이 납품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다. 호남·제주지역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52개 업체가 이날 일제히 파업에 나서면서 전국 200곳의 현장이 멈춰 섰다. 공사 중단으로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0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이 납품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다. 호남·제주지역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52개 업체가 이날 일제히 파업에 나서면서 전국 200곳의 현장이 멈춰 섰다. 공사 중단으로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충청도에 위치한 중견 건설사 A사의 공사 현장. 900채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이곳 현장소장 이모 씨(55)는 출근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골조 공사를 하는 하도급 업체가 재정 악화로 계약 포기를 선언하며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하도급 업체와 다시 계약해야 하는데, 마땅한 업체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 씨는 “자재값 급등으로 선뜻 공사에 나서는 하도급 업체가 없다”며 “공사 지연으로 준공 날짜를 못 맞출 것 같다”고 했다.

철근과 레미콘, 시멘트, 골재 등 건설 자재값이 치솟으며 전국 건설 현장에서 줄줄이 공사가 중단되고 착공도 지연되고 있다. 올해 주택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급감하는 등 주택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재값 인상이 건축비에 반영될 경우 아파트 분양가까지 함께 뛸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2월 전국에서 착공된 주택은 4만4352채로 전년 동기(7만288채) 대비 36.9% 감소했다. 수도권은 2만7781채로 전년 동기 대비 35.8% 줄었고, 지방은 1만6571채로 38.7%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되면 적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 착공을 미루는 업체들이 꽤 있다”며 “3월 착공 물량도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미 공사를 시작한 현장에서는 자재값 인상을 공사비에 반영해 달라는 하도급 업체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52개 업체는 이날 하루 전국에 있는 200개 현장을 멈추고 전면 파업했다. 당초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지만 이날 오후 광주·제주에 본사를 둔 원청사 5곳이 공사비 증액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21일부터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당장 갈등은 봉합됐지만 수도권 등 다른 현장에서는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 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국 20개 건설 현장에서 골조공사를 하고 있는 A건설사 임원 김모 씨(59)는 “자재값이 올라 현장 운영도 힘든데 이달 직원 100명분 월급까지 밀렸다”며 “공사를 할수록 적자가 쌓여 올해 누적 적자만 25억 원이다. 파업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재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SD400 10mm’ 철근 t당 시장 거래가는 이달 110만 원이다. 지난해 4월(76만 원) 대비 44.7% 올랐다. 레미콘의 주 원료가 되는 시멘트값도 급등세다. 국내 1종 시멘트 t당 가격은 이달 9만800원으로 올라 1년 새 21.1% 상승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값 급등세가 이어지며 하도급 업체는 공사비를 증액해 달라고 아우성치는데 발주처는 비용을 내주지 않아 난감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재값 상승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분양가는 토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으로 구성된다. 건축비는 국토교통부가 6개월마다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가 기준이 된다. 이미 국토부는 3월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m²당 178만2000원에서 182만9000원으로 올린 상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자재값이 오르면 기본형 건축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60% 이상 지은 뒤 분양하는 후분양 단지들은 상승한 기본형 건축비가 공사비에 반영돼 분양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자재값 급등#주택공사#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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