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美서도 빅테크 규제 속도 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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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년만에 ‘디지털 시장법’ 합의… 인앱결제-자사상품 우선 노출 금지
위반땐 매출 10% 벌금, 연말 시행… 美상원 법사위, 규제 법안 가결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등으로 구글, 애플 등 미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가 선도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도 빅테크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 마련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EU는 주요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에 합의했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규정하고 이들의 불공정 거래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가 총액 750억 유로(약 100조5000억 원), 연 매출 75억 유로, EU 월간 사용자 4500만 명 이상이면서 브라우저, 메신저, 소셜미디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빅테크들은 자사의 특정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요구할 수 없고, 이를 경쟁사 서비스보다 우대할 수도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최근 시행 중인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처럼 구글과 애플 등의 사업자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을 이용하는 사업자에게 자사 앱 결제 시스템을 강제할 수 없다. 아마존 등의 전자상거래업체가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최우선으로 노출시키는 것도 금지된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기본 검색 엔진, 가상 비서 등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표적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결합도 까다로워진다. 이러한 ‘게이트키퍼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난해 글로벌 총 매출의 최대 10%, 반복적인 위반의 경우 2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상습적 위반 기업은 인수합병도 일시적으로 금지된다.

2020년 12월 초안이 공개된 이 법안은 1년여 만에 합의에 성공하면서 이르면 올해 말에 시행될 예정이다. 지배적 사업자의 독점력을 폭넓게 차단함으로써 강력한 통제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EU에서 초대형 글로벌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합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 상원 법사위에서도 1월 빅테크 규제를 위해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안’이 가결됐다. 주요 미 빅테크뿐만 아니라 중국 틱톡, 위챗 등의 기업도 대상이다. 빅테크들이 다른 경쟁업체보다 자사 상품을 우선 노출하는 것을 막고 플랫폼 간 혜택을 주는 것이 금지된다. 지난해 6월 하원 법사위에서 비슷한 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상원 법사위에서 또다시 강력한 규제안이 마련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교수는 “‘일반 국민의 수요’에 따른 하원뿐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강조하는 상원에서도 빅테크 규제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지배적인 플랫폼의 부상은 소비자, 기업, 혁신, 탄력성, 글로벌 경쟁력 및 민주주의와 경쟁에 대한 위험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으로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지지는 하원과 상원에서 발의된 법안 통과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요 외신은 분석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u#빅테크 규제#디지털 시장법#인앱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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