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자재에 올리브잎 추출물… 글로벌 車업계 친환경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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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X, 폐어망으로 바닥재 제작
현대차 ‘세븐’ 대나무 소재 카펫 사용… 볼보, 전기차에 가죽 사용 않기로
동물복지 고려 ‘비건 자동차’도 늘어… 탄소 규제 따라 친환경 제작 바람

‘친환경 자동차’ 개념이 배출가스를 넘어 생산과 폐기 전 주기로 확대되고 있다. 스텔란티스 전기차 ‘뉴 
피아트500’은 시트커버에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공한 시퀄 직물을 사용했다(왼쪽 사진). 르노는 프랑스 플랭 공장에서 진행 
중인 중고차 재활용 작업 등에 연말까지 700명의 직원을 투입한다(가운데 사진). BMW는 전기차 iX 콘솔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한 산림관리협회(FSC) 인증 목재를 사용했다. 각 사 제공
‘친환경 자동차’ 개념이 배출가스를 넘어 생산과 폐기 전 주기로 확대되고 있다. 스텔란티스 전기차 ‘뉴 피아트500’은 시트커버에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공한 시퀄 직물을 사용했다(왼쪽 사진). 르노는 프랑스 플랭 공장에서 진행 중인 중고차 재활용 작업 등에 연말까지 700명의 직원을 투입한다(가운데 사진). BMW는 전기차 iX 콘솔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한 산림관리협회(FSC) 인증 목재를 사용했다. 각 사 제공
독일 자동차 업체 BMW는 지난달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에 대당 60kg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차체 알루미늄의 50%는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추출한 재활용 자재다. 내부 바닥재는 폐어망 등에서 뽑은 나일론 원사, 시트 가죽 공정에는 산업용 화학물질 대신 올리브 잎 추출물을 썼다. BMW는 “iX 1대를 만드는 데 생기는 탄소발자국이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45% 적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 라이프사이클(생애주기)’ 기술 개발이 치열하다. 차량 제작, 운송에 공해가 적은 친환경 에너지를 쓰고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하는 경쟁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벌어지고 있다. 환경, 동물 복지를 고려해 천연가죽 대신 인조가죽이나 식물성 원료를 이용하는 ‘비건 자동차’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에는 차량 한 대당 재활용 페트병(500mL)이 32개, 75개씩 사용됐다. 최근 선보인 콘셉트카 세븐에는 화학 첨가물이 없는 광물질 마감재와 대나무 소재 카펫을, EV9에는 천연가죽보다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이 적은 비건 가죽 등을 썼다. 지난달 기아는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20% 이상 끌어올리고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그린 스틸’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볼보는 내년부터 모든 전기차 제품에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와인 코르크 등 재활용 재료로 만든 직물 신소재(노르디코)를 개발하고 동물 복지 표준을 준수하는 업체에 양모를 공급받는 ‘울 혼방 옵션’을 채택했다. 이 회사는 이미 블록체인을 이용해 재활용 자원의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스텔란티스 전기차 ‘뉴 피아트 500’은 바다에서 수집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시퀄 시트커버를 사용했다.

친환경 제작 바람은 글로벌 탄소규제가 촉매제가 됐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유럽연합(EU)에서는 2026년부터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세를 부과하는 등 환경 비용 압박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2025년 이후 자동차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까지 이르는 자동차 순환 측면까지 고려하는 전 과정 평가(LCA)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이미 공장과 운송수단 에너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신차 운송에 투입하던 전용 디젤 선박을 저공해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유럽 내 신차 철도 운송도 친환경 전기로 전환했다. BMW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은 전력 100%를 풍력 등 신재생 발전으로 충당했고 아우디 전기차를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과 헝가리 기요르 공장에서는 태양광과 바이오가스 등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프랑스 르노는 지난해부터 유럽 최초로 자원 재활용에 특화된 ‘리팩토리’ 공장을 가동했다. 부품 재사용 등을 통해 연간 최대 4만5000대의 차량을 개조할 수 있는 중고차 공장에서는 올 9월부터 1500대 이상의 중고차를 새로 개조했다. 르노는 2030년까지 연간 2만 건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재생(재사용 수리)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친환경 소재 개발이나 자원 재활용이 초기엔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면 궁극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된다. 후세대를 위한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미래차 고객 확보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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