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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美넘어 유럽…명품백 대신 명품주식 사모으는 ‘佛개미’들

입력 2021-12-06 17:53업데이트 2021-12-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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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1000만 원 넘는 명품백은 못 사지만, 주식은 산다.’

30대 워킹맘 이모 씨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한국에서 올해 4번이나 가격을 올리는 걸 보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명품 백이 이 정도 인기라면 명품 회사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는 비상장회사인 샤넬 대신 프랑스 증시에 상장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주가가 올해 90%가량 올랐다는 걸 확인했다. 이 씨는 “일찌감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주식을 사들였으면 명품 가방 살 돈은 충분히 마련했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프랑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불(佛)개미’가 최근 1년 새 약 7배로 늘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투자처가 미국 중국에서 유럽의 패션 브랜드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1년 새 7배로 불어난 불(佛)개미
6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프랑스 주식을 매수한 고객은 3만7081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5488명)의 약 7배로 는 것이다. 매수금액도 1569억 원으로 지난해(326억 원)의 약 5배였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프랑스 주식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개미들은 올해 에르메스(379억 원)와 LVMH(334억 원)에만 700억 원 넘게 투입했다. 케링(33억 원)을 포함하면 순매수 상위 1~3위가 모두 명품 브랜드였다. 크리스챤 디올(4억 원)도 순매수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학개미들은 그동안 테슬라와 아마존 등 미국 주식에 집중했지만 투자 대상과 지역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라며 “팬데믹 이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명품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3개국의 증권시장이 통합된 거래소 유로넥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에르메스 주가는 1653.00유로(약 221만 원)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879.60유로)에 비해 87.93% 급등한 것이다. 유럽 시가총액 1위이자 루이비통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도 연초 이후 34.4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64만 원에서 올해 1124만 원으로 인상된 샤넬 클래식백 미디움 사이즈의 가격 인상폭(30.09%)을 훌쩍 넘어선다. 이 밖에 구찌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케링과 크리스챤 디올 주식도 연초 이후 각각 14.64%, 46.50% 상승했다.


● 강남3구 거주자·30대 여성이 불개미 주축
누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기업에 투자하는 불개미가 됐을까.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에르메스와 LVMH, 케링 등 3개 브랜드 주식을 매수한 고객의 40.79%(1만1540명)는 서울에 거주했다. 이 가운데 명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강남3구 고객이 대다수였다. 강남구(13.65%)와 서초구(10.83%), 송파구(9.42%) 순으로 많았다.

30대 여성이 불개미의 주축이 됐다. 이들의 투자 비중은 루이비통(29.67%)과 에르메스(28.49%), 크리스챤 디올(27.96%), 케링(25.87%)에서 각각 30%에 육박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명품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지켜본 고소득층이나 젊은 여성들의 투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유럽 주식 가운데 폭스바겐, BMW, 포르쉐는 30, 40대 남성의 보유 비율이 높았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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