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20년 점유당한 부동산, 소유권 뺏길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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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고 누구나 알게 점유 땐
소유주 상대로 ‘등기청구권’ 가능
주인 입장에선 사용료 받거나
무상이어도 계약서 작성해둬야

직장인 A 씨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려고 10년 전 고향 땅 300평(약 1000m²)을 사두었다. A 씨가 이 땅을 구입하기 10년 전부터 그 땅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A 씨는 호의 차원에서 사용료는 받지 않았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땅을 오랫동안 점유한 사람에게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땅을 잃는 건 아닌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부동산을 점유한 사실이 일정 기간 계속되면 소유주 의사와 상관없이 점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를 ‘점유취득시효’라고 한다. 민법 245조에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를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되어 있다. 폭력이나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 땅을 강제로 점유한 게 아니고(평온), 소유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20년 이상 점유했다면(공연)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한다.

점유취득시효 주체는 개인은 물론 법인 등 누구나 가능하다. 그 대상으로는 다른 사람이 소유한 부동산뿐만 아니라 국유일반재산까지 인정된다.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면 점유자는 등기청구권을 갖는다. 땅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등기청구권은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시점으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점유자가 계속 땅을 점유하고 있다면 등기청구권은 10년이 지나도 소멸되지 않는다. 점유 방식은 ‘직접 점유’와 ‘간접 점유’ 모두 가능하다. 점유자가 직접 경작하는 건 물론 다른 사람에게 대신 농사짓도록 하는 것도 점유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점유취득시효는 소유자가 땅을 소유한 기간이 아니라 점유자가 땅을 점유한 기간으로 산정한다. 점유를 시작한 날로부터 기간을 따지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점유 기간 동안 땅 소유자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면 그 시점을 점유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만약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땅 소유자가 바뀌었다면 소유자가 바뀐 시점부터 계산할 수도 있다.

A 씨는 땅을 10년 전에 구입했지만, 그 땅에서 농사를 짓던 점유자는 A 씨가 땅을 사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땅을 점유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점유자가 등기청구권을 행사하면 A 씨는 땅을 빼앗기게 된다.

본인 소유의 땅을 오랫동안 방치해두면 점유자가 생길 수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돼 아예 땅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소유자는 점유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 또는 점유자로부터 땅을 소유할 마음을 갖고 점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내용을 계약서 형태로 받아두는 게 좋다.

다만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점유자가 등기청구권을 행사하기 전이라면 소유자는 그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 등기청구권은 취득시효가 완성 당시 소유자에게만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소유자에게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점유자가 등기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땅을 팔면 불법이다. 점유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점유자가 아직 등기청구권을 행사하기 전이라면 A 씨는 서둘러 땅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게 좋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소유권#등기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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