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국토부 장관’ 김현미…‘집값 급등’ 오명 속 퇴장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4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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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주거 안정" 취임 일성과 달리
정책 '실패론' 극복 못하고 결국 퇴임
숱한 구설에도 해묵은 숙제 해결 '소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론을 결국 극복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 2017년 6월15일 취임한지 3년6개월여 만이다.

첫 여성 국토부 장관이면서 동시에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최장수 국토부 장관’으로 이름을 남겼다. 종전 최고는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2008년 2월29일~2011년 5월30일)이다.

김 장관은 재임 기간 내내 숱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서민 주거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혀 많은 기대 속에 업무를 시작했으나 현실의 벽이 높았다.

김 장관의 진두지휘 아래 정부는 24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냈지만 뛰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그는 주무 장관으로서 내내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김 장관 재임 기간 동안(2017년 5월~2020년 11월) 감정원 기준 서울 집값은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기준 13.23% 올랐고, 민간 통계(KB국민은행 리브온)로는 28.95% 올랐다.

한 때 서울 아파트값이 32주 연속(2018년 11월 둘째 주~6월 셋째 주, 감정원 기준) 하락하는 등 유례없는 안정세를 거두기도 했으나,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튀어 올라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KB 통계 기준)이 11.0배에서 15.6배로 확대되는 등 오히려 주거불안을 키웠다.

서울뿐 아니라 잠잠하던 지방 아파트값도 세종, 대전, 부산 등 곳곳에서 들썩이며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를 자극했다.

더구나 올해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신규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주택 시장은 혼돈의 연속이다.

김 장관은 정부 초반부터 지금까지 주거 안정에 골몰해왔지만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기자 브리핑이나 국회 답변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르며 ‘불통’과 ‘무지’의 장관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다주택자들은) 자기가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2017년 8·2대책),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하시는 데, 강남이 좋습니까?”(2019년 5.7 공급 대책) 등 매 발언마다 시비가 붙기 일쑤였다.

국회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였다”면서 집값 상승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린 것도 문제지만 임대사업 등록을 권유하다 돌연 제도 폐지로 돌아서면서 말 바꾸기 논란에 신뢰를 잃었다.

또 집값 상승률 수준을 둘러싸고 통계 논쟁을 벌이거나, 주택 공급량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날을 세우는 등 부동산 정책 수장답지 않은 현실 인식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최근에도 “우리 집은 5억원이면 산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겠다” 등 전세대란이 지친 수요자들을 자극하는 언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다만 그동안 정부의 ‘포용적 복지’ 기조 속에서 주거 약자의 복지 개선을 앞당기고, 조세 형평 등 부동산 시장의 해묵은 과제들을 추진력 있게 밀어 붙인 점에 대해 온당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대차2법의 경우 지난 18대(2008~2012년) 국회 때부터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매번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해 10년 넘게 끌어오다 이번에 가까스로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시행 초반 혼란에 논란의 중심이 맞춰지다보니 세입자의 주거권 확대에 대해서는 과도한 평가 절하라는 지적도 있다.

또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끌어 올려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데 힘을 실었고,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공공주택 공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점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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