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늬만 법인 유보소득 과세”… 경영주 “위기대비용 돈에도 세금 물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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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배당소득세 개정안 싸고 논란
정부 “정상적 기업활동 법인은 제외”
중기 “기업의 절반이 대상” 반발
민주당-국민의힘도 과세에 난색

부동산 임대로 연간 5억 원을 버는 개인사업자 A 씨는 몇 년 전 ‘1인 법인’을 세웠다. 이를 통해 A 씨가 내는 세금은 기존의 소득세 1억7460만 원에서 법인세 8000만 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절세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1인 법인 등 ‘개인유사법인’의 유보소득에 세금을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 시행을 앞둔 유보소득 과세 방침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법인은 대부분 포함되지 않고 이자나 임대소득의 소득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무늬만 법인’에 과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위기에 대비해 비상용으로 모아둔 돈까지 세금을 물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국회에서 유보소득세 과세를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유보소득세는 기업이 배당하지 않고 쌓아둔 돈을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15.4%)를 물리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7월 세법 개정안에서 유보소득 과세 방안을 내놨다. 개인사업자들이 높은 소득세율(6∼42%)을 피하기 위해 ‘무늬만 법인’을 설립한 뒤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10∼25%)을 적용받으면서 배당에도 소홀해 과세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주주 1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1인 법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80% 이상을 보유한 ‘가족법인’ 등 개인유사법인이 대상이다.

하지만 소규모 법인을 운영하는 경영주들은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추후 주주 배당이 이뤄지면 어차피 소득세를 물게 돼 있다며 정부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가족법인이 많은 중소기업 특성상 전체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경제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기업 달래기에 나섰다. 유보소득세를 물리는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 쌓아둔 돈은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개인유사법인이라 해도 모든 유보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그해 벌어들인 총소득의 50% 및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만큼만 유보소득으로 간주할 방침이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 수준 자금을 쌓아두는 건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여기에 투자나 부채 상환, 고용, 연구개발(R&D)을 위해 쓰는 돈도 유보소득에서 빠진다.

가령 법인세를 차감하고 100억 원의 소득을 올린 B기업이 주주에게 20억 원을 배당하고 설비투자를 위해 30억 원을 쌓아뒀다면 전체 소득의 50%를 쓴 것으로 간주해 유보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설명에도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유보소득세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인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에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며 법안 수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보소득세는 개인사업자로 충분히 영업할 수 있는데도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법인을 만들고 배당도, 투자도, 고용도 하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하지 않고는 개인사업자와 소규모 법인의 세 부담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배당소득세 개정안#기획재정부#유보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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