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유충 사태에… ‘물 만난’ 생수시장 올해 1조 넘어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석박사급 연구원들 품질 관리… ‘정기구독’ 고객들 꾸준히 늘어
물통-접착제 친환경으로 대체, 年10% 넘게 성장… 10년새 2배로
쿠팡-오리온 등도 진입 경쟁 치열

생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돗물 유충 사태, 홍수 등 각종 재난재해가 이어지면서 건강과 위생을 고려해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했다. 2010년 40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지난해 약 8800억 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올해는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생수업계는 ‘품질’ ‘구독 경제’ ‘친환경’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품질은 생수업계가 최근 들어 강조하는 가치다. 그동안 생수업계는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지난달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발생 사태 등이 업계 내 경쟁을 품질 경쟁으로 바꿔 놓았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는 최근 석박사급 전문 연구원들로만 구성된 품질연구본부를 통해 품질 연구 및 개선,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총 3개 팀으로 구성된 이 조직에서는 취수원 관리, 품질 개선을 위한 실험 및 연구 등을 한다. 삼다수는 취수원 보호에도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에 인접한 산림지대로 제주 내에서 가장 청정한 땅으로 알려진 조천읍 교래리 외에 다른 취수원을 발굴하지 않고 있다. 또 오염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축구장 87개 규모의 취수원 주변 사유지를 매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도 생수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생수를 구독하면서 정기적으로 생수를 배송받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이에 생수업체들은 저마다 자체 쇼핑몰을 두고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삼다수가 운영하고 있는 삼다수앱에서의 올해 1분기(1∼3월)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1000건을 넘어섰다. 재구매율은 75% 수준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도 공식 온라인몰 ‘칠성몰’을 통해 정기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아이시스는 생수를 배송받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한 손에 들어오는 200mL 제품부터 소형 냉장고에 보관하기 좋은 직사각형 패키지의 1L 제품 등 용량 다양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농심 백산수도 ‘백산수앱’을 통한 정기배송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백산수앱을 통해 구매하면 일반배송은 5%, 정기배송은 15%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있다.

친환경도 빼놓을 수 없는 생수 시장의 변화다. 삼다수는 2018년부터 몸체는 단일 재질의 무색 병을 사용하고, 라벨을 부착할 때 사용하는 접착제는 물에 잘 분리되는 열알칼리성으로 교체했다. 2019년에는 라벨 끝부분에 접착제를 도포하지 않고 라벨 분리선을 표기한 ‘에코라벨’을 도입했다. 아이시스는 2012년 국내 최초로 물에 녹는 수용성 접착제를 라벨에 적용했다. 페트병 경량화, 라벨 분리 배출이 용이한 ‘에코탭’을 도입했고 포장재 또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 간 물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등 ‘빅3’외에도 쿠팡이 2017년 ‘탐사수’를, 오리온이 지난해 ‘제주용암수’를 앞세워 생수 시장에 진출했다. 대형마트도 초저가 자체 브랜드(PB)를 선보이고 나섰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1, 2인 가구 증가와 이커머스의 성장 등으로 2023년 생수 시장 규모가 2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신속한 배송서비스 등으로 무장한 생수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코로나19#수돗물 유충#생수시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