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하늘길, 굳게 닫힌 조종사 취업 시장[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기자 입력 2020-07-07 13:54수정 2020-07-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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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 불황으로 전 세계 항공사들은 조종사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해외 항공사들은 기재 조기 반납과 퇴역, 항공기단 축소 등을 결정하면서 수백에서 수천 명의 조종사 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입니다. 국내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부기장 80명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조종사 구조조정을 본격화 하는 곳은 없습니다.

문제는 신규 조종사 채용입니다. 항공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겪으면서 조종분야 신규 채용 시장은 사실상 문을 닫았습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조종인력분야 포스트 코로나19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조종사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항공사는 저비용항공사(LCC) 3곳, 총 48명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은 신규 채용 계획조차 짜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48명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적은 숫자일까요? 지난해 신규 채용된 조종사 숫자는 548명입니다. 10분의 1로 줄어든 셈입니다. 2018년에는 635명을 뽑았습니다. 매년 500명 이상의 조종사를 뽑던 채용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조종사로 채용되는 방식은 크게 2가지입니다. 면허를 취득하고 항공사 공채를 통해 입사를 하는 경우와 선(先)선발 후(後)교육 방식이 있습니다.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방식인데요. 항공사들이 사전에 될성부른 교육생을 뽑고, 교육을 통해 조종사를 채용하는 방식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사들의 선 선발 교육생 채용 계획은 당초 234명에서 코로나19로 인해 121명으로 약 50% 줄었습니다. 코로나19가 심화될 경우 계획된 인원은 더욱 줄거나 자칫 선발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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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선 선발된 훈련생 238명 중 조종사로 채용된 인원은 8명입니다. 나머지는 훈련 중이거나 채용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선발된 훈련생 200여 명의 훈련생들도 아직 취업을 못한 상태죠.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종사 자격증(다발 비행기)을 취득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매년 700~800명 수준 입니다. 그런데 신규 채용 규모는 2016년 697명, 2017년 590명, 2018년 635명, 지난해 548명 이었습니다. 수급 불균형이 매년 심화되는 상황에서 취업을 못한 조종사 자격증 취득자들과 조종 훈련생, 조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계속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문이 대폭 줄어든 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외로 이직하거나 취업한 조종사 숫자도 매년 줄고 있습니다. 한때 중국의 항공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인 조종사들을 많이 채용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해외로 이직한 조종사 수는 2017년 145명, 2018년 80명, 2019년엔 26명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습니다.

조종사 취업문이 넓어지려면 항공산업이 성장해서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걸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정년 은퇴를 하는 기장들이 있으면 그만큼 새로운 조종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항공사를 제외하고 LCC의 경우 기장들의 평균 나이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즉, 정년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정년에 따른 감소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조종사의 꿈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항공사 훈련을 받고 있는 분들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국내 일부 항공교육기관은 부실경영으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울진비행훈련원은 지원자가 감소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악화로 퇴소 인원도 늘고 있습니다. 이에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자, 정부는 각종 보조금 등을 지원하면서 조종 훈련원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입니다. 또한 면허는 취득했지만 취업을 못한 사람들의 기량 유지와 비행시간 확보 등을 위해 비행 교육비를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1억~2억 원 수준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비행낭인’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코로나19는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키고 있습니다. 박상모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7~8년 전엔 조종사 수급이 크게 늘었던 호황기였지만, 그 이후부터 조종사 채용 시장은 계속 좁아지고 있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항공 수요가 예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 돼야만 조종사 채용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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