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한화 사솔 ECC 인수전 경쟁 뛰어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2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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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화가 글로벌 에너지화학업체 사솔(Sasol)이 보유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에탄크래커센터(ECC·에탄분해설비) 인수전에 각각 뛰어든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매각액만 수조 원대에 이르는 ‘빅딜’이다. 이번 매각전에는 LG, 한화 두 기업을 비롯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SJL파트너스, 해외에서는 쉐브론필립스케미칼, 엑슨모빌, 라이온델바젤 등 총 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한화가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기업 중에서는 롯데케미칼에 이어 미국에 ECC 공장을 가지는 두 번째 업체가 된다. 사솔의 레이크찰스 ECC는 건설 당시 총 프로젝트 자본금만 110억 달러(약13조3400억 원)에 달했다. 이번 매각전을 두고 “‘대어급’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미국 남부 유전지대 루이지애나주의 레이크찰스는 미국을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만든 ‘셰일가스 혁명’의 핵심 거점이기도 해 상징성도 크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원유에서 나온 나프타로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를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갖추고 있다. 반면 사솔 등 북미 지역 업체들은 셰일가스를 주로 이용한다.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쪼개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분해설비(ECC)를 갖추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으로 만든 에틸렌의 생산비는 원유에서 나온 나프타로 만든 같은 제품보다 약 20~30% 싸다. 생산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미국산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 산업과 석유화학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려온 이유”라며 “LG, 한화가 인수애 성공할 경우 NCC, ECC를 동시에 갖추며 경쟁력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솔은 미국 셰일가스 시장의 성장에 맞춰 루이지애나주에 대규모 ECC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고 유가가 폭락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ECC 플랜트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대적인 설비투자 확대에 나섰으나 갑작스런 시장의 변화로 급증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알짜 자산인 레이크찰스 ECC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LG, 한화 등은 사솔의 ECC 인수를 통해 북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인수전을 통해 그룹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레이크찰스 ECC는 사솔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알짜 자산이지만 최근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인수자를 찾고 있다. 7월 중순 이후 우선인수협상대상자 등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기자 dong@donga.com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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