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도 아시아나 인수 연기… 항공업 M&A ‘난기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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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연기 이어 HDC현산 “선행조건 충족 안됐다”
30일 예정됐던 주식 취득일 변경… 인수계약 완료 시점도 안 밝혀
코로나 불황 지속땐 포기할수도

이달 말로 예정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연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항공업계의 경영난이 길어지고 있는 탓에 향후 인수 일정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29일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을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계획했던 주식 취득일은 이달 30일이었다. 이번 공시에서 명확한 ‘딜 클로징(인수계약 완료)’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구주(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는 구주매매계약 제5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로 취득일을 연기했다. 신주(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로 발생하는 주식) 취득일은 신주인수계약 제4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의 다음 날로 정해졌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취득예정일을 연기했지만, 인수 절차는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 중 하나인 해외기업결합 신고는 미국 등 5개국의 승인이 끝났고, 러시아 한 곳만 남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도 “단순한 일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겪고 있는 경영난이 인수 연기에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실제 항공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주요 인수합병(M&A)은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제주항공도 28일이 기한이었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권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이 겹치는 태국과 베트남에서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이 큰 이유로 지목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문제가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17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LCC 업계의 불황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도 이러한 업계 상황이 결정적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의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는 데다 설령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이 떠안아야 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수 과정에도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설명과 달리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2500억 원의 이행보증금을 내놓은 상태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인수를 중단할 경우 이행보증금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2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1조7000억 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지원키로 했다.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상황을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신속한 인수 절차 완료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 최대현 부행장은 24일 항공산업 지원 방안 발표 당시 “인수자인 현산이 기업결합 승인 절차 등을 완료하고 정상적으로 M&A를 종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순구 soon9@donga.com·서형석·장윤정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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