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권위주의 국가에선 정당 많을수록 ‘투자자 보호제도’ 강화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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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젠슨 텍사스大 연구팀 분석
다양한 경제 이익 대변 정치행위자… 최고권력자 정책 결정 견제 가능
권위주의 국가의 정치제도 및 동향, 투자환경 파악 위한 중요한 단서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치제도는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부 연구에서는 정당의 수가 많을수록 야당의 수가 많을 것이고, 이 때문에 의회가 최고권력자의 정책 결정을 일정 부분 통제하게 돼 투자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분석한다. 최고권력자에 의한 민간 자산 몰수 등의 리스크 요인이 줄어든다는 것이 이유다.

네이선 젠슨 텍사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는 권위주의 의회 내 정당 수와 경제 성장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만이 확인됐을 뿐 세부적인 인과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검증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기존 연구는 투자자들이 고려하는 리스크 요인 중 정부에 의한 자산 몰수라는 부분적인 요인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권위주의 국가에 투자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인 투자자 보호제도와 이에 대한 의회의 역할에 주목한다. 투자자 보호제도는 투자자의 이익이 소수의 기업 경영진으로부터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제도다. 연구진은 권위주의 국가의 의회 내에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면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행위자들이 존재할 것이고, 의회라는 공론장을 통해서 이들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균형 속에서 투자자의 이익이 기업 내부의 소수자에 의해 침해될 수 없도록 하는 투자자 보호제도가 강화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연구의 종속변수는 재산권 보호제도와 투자자 보호제도다. 연구진은 재산권 보호제도, 투자자 보호제도와 관련된 지표 등을 활용해 권위주의 국가의 의회 내에 정당의 수가 많을수록 투자자 보호제도가 강화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정당의 수는 권위주의 국가의 재산권 보호제도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그 구분을 뛰어넘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기업은 민주주의 국가에도 투자를 할 수 있지만 권위주의 국가에도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치 리스크와 권위주의 국가에서의 정치 리스크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 국가에 어떠한 정치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권위주의 국가 내부의 정치적 동학을 이해하는 것은 권위주의 국가의 투자 환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권위주의 국가의 정치제도, 특히 의회에 주목한 이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권위주의 국가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하겠다.

이호준 International SOS 해외 보안 컨설턴트 hjlee8687@gmail.com

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권위주의 국가#투자자 보호제도#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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