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앞당긴 ‘AR시대’…“글로벌시장 5년뒤 47조원 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언택트 소비 늘며 증강현실앱 활기
2025년 광고시장도 2배로 커질듯
애플 ‘독립형 헤드셋’ 개발 주력
SKT-MS ‘점프 스튜디오’ 개방 예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방학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동영상 보는 것도 지겨워해요. 최근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보니 육아가 한층 수월해지더군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워킹맘 윤상미 씨는 최근 AR 기술이 도입된 영어책 읽어주기 앱 ‘U+아이들 생생도서관’을 사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계 유명 아동도서를 영어로 읽어주는데, 책의 주요 내용을 3차원(3D)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26일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월에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3월 가입자가 전월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린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5세대(5G) 이동통신의 핵심 콘텐츠인 AR와 가상현실(VR) 시대 도래를 촉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서 교사가 특정 캐릭터로 변신하거나, 배경을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현장 수업 분위기를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언택트 소비 경향이 AR와 만나면서 새로운 서비스 영역도 개척되는 추세다. 실제 백화점에 온 것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AR 쇼핑에 국내 유통업계 등도 뛰어든 상태다. 집을 방문하지 않고 AR 영상을 통해 360도로 집안을 둘러보는 부동산 앱도 개발 중이다.

시장 규모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범은 글로벌 모바일 AR 앱 시장규모는 올해 약 18조 원에서 2025년 약 47조 원으로 2.6배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AR 서비스에 붙는 광고시장도 2025년 약 33조 원으로 올해(약 15조 원)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AR 등 5G 시대의 핵심 콘텐츠들이 4G 시대의 산물인 유튜브(지난해 광고매출 약 18조 원), 인스타그램(약 24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R 시장을 북미, 유럽이 아닌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이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범에 따르면 동아시아 AR 시장(약 7조 원)은 올해 북미(약 6조4000억 원) 보다 크고 2025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은 5G 킬러 서비스로 전망되는 AR, VR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애플은 2018년 홀로그래픽 기술 특허를 보유한 아코니아홀로그래픽스를 인수했고, 올해 AR와 VR를 결합한 독립형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AR가 최근 5∼10년 내 가장 크게 발전할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구글맵스와 구글렌즈에 AR를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통신사들도 AR VR 시장 잡기에 다걸기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집에서 보는 ‘AR 동물원’을 출시해 호응을 얻은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R와 VR의 장점을 결합해 제작한 혼합현실(MR) ‘점프 스튜디오’를 개방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천문학적인 5G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IT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원천 기술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글로벌 공룡들과 경쟁하려면 직접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5G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