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무대처럼… 출국장엔 안내로봇 한 대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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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천공항, 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이용객 찾기 힘든 면세점 구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19일 이용객을 찾기 힘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구역. 이날 인천공항의 여객기 출발 편수는 69편에 불과해 1년 전인 2019년 3월 19일 출발 편수 537편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용객 찾기 힘든 면세점 구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19일 이용객을 찾기 힘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구역. 이날 인천공항의 여객기 출발 편수는 69편에 불과해 1년 전인 2019년 3월 19일 출발 편수 537편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치 공연이 열리지 않는 대형 전시장과 같았다. 정부 지원 조치에도 볼멘소리만 계속 나오는 공항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19일 직접 찾은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마주한 것은 웅장한 규모의 민낯이었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던 출국장에는 안내로봇 ‘에어스타’ 한 대만 덩그러니 있었다. 19일 인천공항의 출국 여객 편수는 24시간 동안 고작 69편. 입국 여객 편수인 71편을 합쳐 140편에 불과해 화물기의 출발·도착 편수인 142편보다 적었다. 개항 이래 여객기가 화물기보다 적게 뜨고 내린 적은 처음이다.

수하물을 싣기 위해 항상 줄을 섰던 1터미널의 13개 카운터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3개 카운터만 운영됐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국제선 노선이 0편으로 줄어들어 대부분 지상직 근로자들이 재택근무, 유급휴가, 무급휴가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 계류장에는 최대 주기량(239대)에 근접한 항공기 222대가 세워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평균 100대 안팎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공항 산업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해외 150개 국가(17일 기준)에서 입국 제한을 한 탓에 국제공항으로서 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다. 인천공항에는 항공사, 상업시설, 공항버스, 호텔 등 7만7000여 명의 상주 인원이 공항의 여객 수요를 중심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위기에 놓인 것은 항공사뿐 아니다. 공항에 입점한 식당, 편의점, 서점, 약국, 영화관, 은행 환전센터, 통신사 로밍센터 등 어느 곳에서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CGV 인천공항점은 이날 오전에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CGV 관계자는 “평소 인천공항점은 2개관에서 12∼14편 정도 영화를 상영했는데 최근 하루 6편가량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 때 찾은 1여객터미널 4층의 한 중식당에는 20여 개 테이블 가운데 8개에만 손님이 있었다.

출국장 한쪽에 긴 줄이 있어 가봤더니, 공적마스크 판매 시간이 다가온 약국 앞이었다. 약사는 “오전 5시에 문을 열어 오후 1시까지 손님이 28명 왔는데, 평소 같았으면 30분에 30명이 온다”며 “매출은 95% 줄었는데 임차료는 25%만 깎아준다니 빚을 내 임차료를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이용객 수는 지난 한 주간 13만8000명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둘째 주(166만 명)보다 92%가량 줄었다. 19일에는 이용객이 1만1668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개항 이래 역대 최소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이용객 감소 폭만큼 매출도 같은 비율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3층 면세구역의 A면세점에는 직원 100여 명이 근무했는데 매장을 찾은 손님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항공편이 급감한 김포국제공항에서도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

정부가 18일 항공 분야 추가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항공사들은 정부 지원책이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18일 내놓은 대책은 규모가 작아 항공사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입점 업체들 역시 임차료 인하 등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는 “19일 대기업 계열의 입주 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 청취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의해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유원모 onemore@donga.com·황금천 / 변종국 기자
#인천공항#코로나19#국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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