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4개 크기 ‘바다 위의 섬’ FLNG의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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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7일 0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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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05미터(m), 폭 68미터의 축구장 4개가 일렬로 들어갈 정도의 배를 상상해 보았는가. 이 엄청난 크기의 배를 국내 대표 대기업 2곳이 협업해 만들었다. 한마디로 ‘바다 위의 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인 이 배의 이름은 FLNG(Floating LNG). 영어 이름 그대로 바다 위에 서 뜬 채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 저장, 하역하는 설비가 실린 배를 말한다.

◇FLNG의 강자 삼성중공업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큰 초대형 FLNG는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4기가 발주됐는데 이 중 3기를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호주 프렐류드(Prelude) FLNG, 말레이시아 PFLNG 두아(DUA), 모잠비크 코랄 술(Coral Sul) FLNG의 3기가 삼성중공업의 수주 목록을 채우고 있다.

이 중 호주 프렐류드 FLNG는 2017년 6월 건조가 완료돼 현재 호주 북서부 브룸(Broom)에서 약 475km떨어진 프렐류드 가스전 인근 해상에 계류하면서 가동 중이다. 25년동안 1년에 360만톤(t)의 LNG를 생산하는데 이는 한국 연간 LNG 소비량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선체의 길이는 488미터, 폭은 74미터로 축구장 4개를 직렬 배열할 수 있는 크기다. 저장탱크 용량 45만5000㎥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175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두아 PFLNG는 올해 건조돼 지난달 18일 말레이시아 동부 사바주 코타키나발루 해안에서 140km 떨어진 로탄 가스전으로 출항했다. 도착 후 설치 작업과 해상 시운전을 거치고 나서 11월부터 향후 20년동안 연간 150만톤의 LNG를 생산할 예정이다. 길이는 393m, 폭은 64m로 축구장 3개를 직렬 배열한 크기와 같다.

코랄 술 FLNG는 2022년에 건조가 완료될 예정으로 길이 439미터, 폭65미터, 높이 38.5미터의 위용울 자랑한다. 이 FLNG는 모잠비크 펨바(Pemba)시 북동쪽 250km 해상에 위치한 AREA4 광구 내 코랄 가스전에서 생산 활동이 예정돼 있다. LNG생산 규모는 연간 약 340만톤이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세계서 발주된 초대형 FLNG를 싹쓸이하듯 수주한 이유로는 삼성중공업만의 LNG경쟁력이 꼽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LNG선 건조 경험도 풍부하고 설계, 조달, 건조를 한번에 하는 EPC능력이 업계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수주 성공의 비결인거 같다”며 “LNG관련 밸류체인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작년 7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조선·해양 LNG통합 실증 설비’ 착공식에서 “LNG 분야의 기술자립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증 설비 구축은 의미가 크다”며 “세계 최고의 LNG 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FLNG에 철강재 공급한 회사는 어디?

이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삼성중공업 FLNG에는 누가 만든 철강재가 사용됐을까. 주인공은 바로 국내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다. 프렐류드 FLNG의 중량은 26만톤인데 포스코의 후판(두꺼운 철판)이 약 15만톤 사용됐다. 코랄 술 FLNG의 중량은 21만톤이고, 이 중 포스코의 후판이 약 14만톤 적용됐다. 두아 PFLNG의 중량은 13만톤인데 약 4만톤의 포스코 후판이 사용됐다.

이 중 프렐류드와 코랄 술에는 포스코가 제공하는 후판이 전량 사용됐다. 삼성중공업이 후판 ‘전량’을 포스코에서 조달한 이유는 두 회사의 환상적인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사는 매 프로젝트마다 얼라이언스 TFT(Alliance TFT)를 구성해 유관부서가 정례적으로 교류하며 원가절감과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찾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 단위의 큰 자금이 들어가는 해양프로젝트의 핵심 성공요인인 ‘건조일정단축’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프렐류드 프로젝트에서 포스코는 통상 공급에 5개월이 걸리던 강종을 2개월 단축한 3개월 만에 공급했다. 삼성중공업은 정식 주문서를 발주하기 전에 필요한 강재의 규격과 사이즈를 먼저 포스코에 보냈다. 이후 포스코는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마케팅·생산 부서가 함께 최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급기간을 2개월 단축할 수 있었다.

코랄 술 프로젝트에서도 양사의 협업이 빛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LNG 저장탱크의 외벽용으로 극저온용 3.5% 니켈강재 사용을 검토했는데, 이 니켈강은 원료 수급 변동성과 가격, 긴 생산기간이 삼성중공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후 양사는 협업을 통해 니켈강을 극저온용으로 개발된 일반 탄소강종으로 대체했다. 포스코는 극저온용강의 새로운 수요를 발견했고, 삼성중공업은 원가와 납기를 모두 줄일 수 있었다.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때 처음으로 하는 세리머니는 스틸 커팅(Steel Cutting)식이다. 배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후판을 절단하며 건조 시작을 기념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조선·철강 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스틸 커팅식이 자주 열리는 조선소, 이런 조선소에 좋은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사에게 봄이 오길 기대해 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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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더치쉘이 삼성중공업에 주문해 건조된 프렐류드 FLNG(로열더치쉘 유튜부 갈무리)© 뉴스1

로열더치쉘이 삼성중공업에 주문해 건조된 프렐류드 FLNG(로열더치쉘 유튜부 갈무리)© 뉴스1

삼성중공업 FLNG 현황.(포스코 제공)© 뉴스1

삼성중공업 FLNG 현황.(포스코 제공)© 뉴스1

삼성중공업이 제작한 프렐류드 FLNG 공중샷.(로열더치쉘 유튜브 갈무리)© 뉴스1

삼성중공업이 제작한 프렐류드 FLNG 공중샷.(로열더치쉘 유튜브 갈무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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