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수영대회 수십억 티켓 강매…적자 공기업까지 ‘총동원령’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21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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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및 자회사 30억원대 구매…적자에 내핍경영 ‘말로만’

광주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 마련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경기장 모습.  /뉴스1DB
광주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 마련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경기장 모습. /뉴스1DB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입장권 판매가 저조하자 대회 조직위원회 측이 정부 산하 공기업에 입장권을 사실상 강매하고 있어 해당 공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입주해 있는 공기업들이 주요 타킷이 되고 있는데,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입장권을 포함한 후원액만 3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최근 적자 행진이 지속되자 ‘재무위기 비상경영’까지 선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후원을 결정했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한전이 위기 돌파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2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정부 산하 주요 공기업의 규모나 전국 지역별 인구수 등에 맞춰 단체 입장권 판매 목표량을 세우고 이달 초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입장권 구매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전 측은 한국수력원자력,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한전KPS, 한전KDN,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 자회사 10곳과 함께 3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한전이 17억50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은 자회사들이 십시일반 모으는 것으로 정했다. 광주·전남지역에 본사나 사업소를 두고 있으면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다른 지역 자회사들은 5000만원에서 1억원씩을 내기로 했다.

한전 외에도 나주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농어촌공사도 1000만원 규모의 입장권 예매를 약정했고, 주요 에너지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가스공사도 같은 액수의 입장권을 사주기로 했다.

입장권만 사고 실제 관람은 하지 않아 경기장이 텅 비는 상황이 연출될 것을 우려해 각 공공기관 직원들이 경기를 관람할 경우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까지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자치단체도 입장권 예매 요청을 피할 수는 없었다. 대회조직위 측에 따르면 서울시가 10억원어치 티켓 예매를 이미 약정했고, 이어 전남 3억원, 대구 1억8000만원, 강원도 1억4000만원, 부산·충북·전북 각 1억원, 경남·경북 각 3000만원씩이다.

아직 입장권 구매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기도, 인천, 충남, 제주, 울산 등에는 행정안전부를 통해 티켓 구매를 독려 중이며 교육부의 도움을 얻어 일선 초·중·고교의 여름 방학 중 현장학습에 경기관람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대회 성공 개최를 바라는 입장에서 공기업과 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것일 뿐”이라며 “해당 기관들도 부담 없는 선에서 요청을 들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반해 한 공기업 관계자는 “매번 이런 행사 때 정부가 후원액, 입장권 예매 등의 현황판까지 만들어 산하기관들의 참여를 강제하고 있는데 어떻게 부담을 안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00개국 1만5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광주 세계 수영선수권대회는 7월12일부터 8월18일까지 광주와 전남 여수시에서 열리며, 19일 오후5시 기준 입장권 예매는 목표수량 36만9000장 중 56%인 20만6500장이 완료됐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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