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기대했는데”…9·13 이후 ‘미분양’ 위기 처한 수도권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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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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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공원·완판 단지 등 호재 가시화 무렵 9·13대책 등장
올해보다 내년이 문제…미입주 사례 장기화 우려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있는 동탄호수공원 모습© News1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있는 동탄호수공원 모습© News1
수도권에서 분양가 이하의 매매가격으로 완판을 기대했던 대형 단지들이 대규모 미분양을 걱정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저가 분양에 따른 매수심리가 확산되는 시점에 정부의 9·13대책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 A단지는 입주날짜가 한달가량 지난 상황에서 분양가보다 많게는 1500만원 빠진 가격대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대단지로 이뤄져 동호수에 따라 분양권 가격은 천차만별”이라면서도 “저층 매물은 분양가 대비 1000만원 이하에서 거래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동탄2신도시는 동탄호수공원이 임시개장하면서 분양가 이하로 형성된 매물이 빠르게 해소되는 등 회복세에 접어드는 듯 했다. 단지 인근에 공원이 들어서는 입지조건이 수요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취소 사태를 겪은 A99·100블록이 미분양을 해소하는 등 반등 분위기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호수공원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한달 후 정부의 9·13대책이 발표됐다. 정부 발표 이후에 서울에서 내려온 원정 매수자들 발길을 돌려세우기엔 공원 개장 효과도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을 대폭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해 투기 자금을 차단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자들을 ‘똘똘한 한채’로 몰리게 했다.

실제 9·13대책 여파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무소불위를 자랑했던 강남 역시 주간 상승률 통계에선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서울 전체 집값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2017년 1월 이후 약 2년 만에 0.01% 내림세를 찍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입주 예정 날짜(10월)가 끝날 시점에 정부 규제가 발표되면서 매물 회수가 정체됐다”며 “조급한 집주인들이 중도금 이자를 포기해서라도 처분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발표와 미군부대 이전 등 굵직한 호재들이 넘쳐나는 평택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실수요자들이 저렴하게 내집마련에 나서는 시점에서 정부 규제가 발표되면서 매수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신규 입주를 시작한 세교·용이동에선 분양가보다 3000만원 이상 저렴한 물건이 매물로 나왔다.

평택 역시 반짝 반등 기대감이 나왔다. 지난 8월 고덕신도시를 제외하고 2015년 12월 이후 1순위 마감단지가 나온 것이다. 당시 힐스테이트 지제역은 1순위 청약 결과 2.22대1을 기록했다. 계약 시작 8일 만에 일반분양 물량인 235가구가 전부 주인을 찾으면서 기존 평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한달도 안돼 9·13 대책이 발표되면서 이같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평택에선 강남권 계약금 수준이면 내집마련이 가능하다”며 “500만원 하락에 대한 체감효과는 서울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내년에도 입주물량이 상당해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관망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택 입주물량은 지난해 7714가구에서 올해 8973가구로 늘어났다. 내년엔 1만6708가구의 입주가 대기 중이다.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초등학교 등 인프라 부족이 부담이다. 학부모 수요를 끌어오지 못하는 탓에 장기 미입주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1년 사이에 인접한 7개 단지에서 5000가구 입주가 몰려 있다”며 “정부 규제 이후 서울 집값이 하락하고 있어 수도권도 비슷하게 이어갈 것이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입주가 지연되면 건설사들 역시 잔금을 받을 수 없어 공사비 회수에 자유로울 수 없다. 내년엔 입주 지연 사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당시와 현재 시장 상황이 사뭇 달라 미입주 사태를 어느정도 예상했다”며 “입주가 90%가 마무리됐고 저층 위주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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