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으로 내몰린 현대차…협력사 등 車 산업 급후진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14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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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어닝쇼크에 주가 곤두박질…9년 전 수준
美 수입차 관세 우려까지…부품 협력사 줄도산 위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2019년 한국 자동차 산업 실적은 부진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며, 현대차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경고대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맏형 현대자동차가 흔들리자 부품사 등 관련 협력사의 신용 우려까지 불거졌다.

전날(13일) 현대차 주가는 장중 10만원대가 무너져 9만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3분기 ‘어닝쇼크’ 이후 하락세가 가파르다. 한때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투톱이었던 현대차는 과거 영광이 무색하게 현재 6~8위까지 내려앉았다.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랠리도 이어졌다. 글로벌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각각 등급과 전망을 낮췄고 국내 신평사도 이에 동참했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내렸다.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 근원적인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S&P는 “약화한 수익성이 향후 12∼24개월 안에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그룹의 신용도 하락으로 가산금리가 0.2~0.3% 오른다고 가정하면, 금융부분 차입금의 이자비용이 연간 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생산성이 경쟁사보다 굉장히 낮고, 업권내 공통의 이슈보다는 내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라며 “품질관리 비용이 실적부담이 될 것이며,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에 생존이 걸린 중소 부품사다. 그룹 계열인 현대카드·캐피탈도 연쇄 신용도 하락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위기를 넘길 유동성은 확보한 상태지만, 당장 관련 중소 부품사는 도산 위기에 몰렸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는 총 8800여개로 종사하는 인원이 20만명이 넘어 자칫 고용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

지난 6월 1차 협력사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 1차 협력사의 워크아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동차 부품사 대출 규모는 약 32조5000억원. 중소 부품사의 실적이 공개되는 15일 이후 유동성 우려가 재차 커질 수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 부품사가 대부분 1차 협력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2~3차 협력사는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중소부품사 위기가 고착화할 수 있으며 위기 부각 시 현대차그룹의 생산 원가도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앞날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그러나 미국이 수입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배구조 문제도 있다. 엘리엇은 전날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서신을 보내 맥켄지의 보고서를 근거로 압박에 나섰다.

성장 엔진이 꺼질 위기에 처하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달부터 우대보증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추가 확대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한 부품업체를 찾아 은행의 선별적인 여신 회수를 요구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워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대외 변수를 떠나, 노조 등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여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산업을 걱정하는 분들의 가장 큰 화두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며 “10년 뒤 현대차와 기아차가 살아남을 것이냐, 자동차산업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며 구조적 쇄신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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