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윤석금…코웨이 탈환하며 렌털 시장 2막 정조준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29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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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웅진식구’라 불러본다. 렌털 비즈니스를 하며 경영자로서의 보람과 즐거움이 많았다. 코웨이에 대한 애정은 특별했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2012.12.27. 윤석금 회장이 웅진코웨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코웨이 인수를 ‘무리수’로 평가했던 저변을 뒤집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탈환전이 성공을 거뒀다. 눈물을 머금고 코웨이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이메일을 보냈던 2012년 12월로부터 5년 7개월만의 성과다.

웅진그룹은 29일 코웨이홀딩스의 주식 1635만8712주(22.17%)를 1조6849억원에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총 자산 대비 315.55% 규모다. 인수자금은 웅진그룹과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절반씩 분담한다. 나머지 자금에 대해서는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인수예정일은 내년 3월15일이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웅진코웨이는 1989년 윤석금 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1998년 업계 최초의 ‘렌털’ 비즈니스를 구현하며 불과 8년만에 매출 1조를 돌파하며 성장했지만 이내 모그룹과 이별을 맞는다.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경영난에 몰린 웅진은 2012년 어려운 결정 끝에 화수분인 코웨이를 1조2000억원 가량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올해 1월 웅진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자문사를 선정해 코웨이 지분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 떠돌던 코웨이 인수설을 아예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코웨이를 매각할 때 맺었던 ‘겸업금지조항’이 해제된 시점이다.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자금력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일었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27.2%는 1조8300억원 가량이고, 경영권 프리미엄 30%가 붙는다면 인수금액은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웅진의 재무재표가 이를 반증하고 있었다. 태양광사업의 실패와 극동건설의 경영악화를 버티지 못한 웅진은 2012년 2월 기업회생 신청 당시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웅진식품·웅진케미칼 등 알짜배기 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했다. 이후 13개 계열사 중 주력할만 한 사업은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 정도로 축소됐다. 그나마도 웅진에너지는 2012년 이후 매년 순익 적자를 내고 있다. 씽크빅을 이번 인수 전면에 세운 것은 그나마 양호한 외형·수익성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파트너인 MBK파트너스의 회의적 입장도 인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웅진이 코웨이 재인수를 공식화 했을 때 “웅진을 매각상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는 2012년 매각 결정 후 웅진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매각이 무산될뻔한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정관리 신청 직전 윤석금 회장의 부인은 웅진씽크빅 주식 전량을 매도했다. 여기에 내부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윤 회장 오너 일가의 도덕성이 오마에 오르기도 했다.

피인수 대상인 코웨이조차 웅진으로의 인수를 현실성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이해진 현 코웨이 대표이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각은 대주주 MBK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인수)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우려를 딛고 이룬 성과에 업계의 기대는 다시 모이고 있다.

웅진과 자금을 함께 조달하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렌털사업 및 방판채널에 대한 웅진의 운영 역량과 시장 내 코웨이의 지배력이 결합되면 강력한 렌털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윤석금 회장이 코웨이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온 만큼 적극적인 지원도 예상된다. 렌털업계에서 독보적인 선도를 수성해 온 코웨이는 이미 양호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과와 의류청정기 등 신규 렌털 카테고리로 인해 기대되는 매출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웅진이 지난 3월 론칭한 자체 렌털브랜드 웅진렌털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웅진 관계자는 “코웨이 경영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1분기 후 인지도가 높은 원조브랜드 웅진코웨이를 적극 내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업사원 출신으로 본인의 힘으로 웅진을 30대 그룹으로 일군 샐러리맨 신화의 장본인인 윤석금 회장의 저력도 기대를 모으는 점이다. 비록 한 차례 파고를 겪었지만 윤 회장이 이끈 웅진은 1년 6개월만에 채무를 조기상환하고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했다. 아울러 윤 회장은 재계에서 법정관리를 겪고도 실형을 받지 않은 유일한 인물로 꼽힌다.

웅진 관계자는 “렌털시장은 연 1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거시적 환경 변화에 따라 수요는 더욱 증대될 것”이라며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제품을 만들어 히트시켜왔듯 새로운 시장을 열어 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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