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지뢰밭인데… 주저하다 경기하강기 금리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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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11월 인상 강력 시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의 통화정책이 중대기로에 섰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매파적 신호를 강하게 피력한 직후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돈 데다 국내 주식시장이 바닥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등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 자칫 경기 하강이 뚜렷한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엇박자가 연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기보다는 경제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성장 둔화, 증시 급락…금리-경기 엇박자 우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 금리 역전, 경기 부진, 낮은 물가 등을 놓고 저울질하던 한은이 최근 들어 매파적 신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물경기에는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각종 경기지표는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의 터널에 깊숙이 들어섰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에 그쳤다. 현 추세대로라면 18일 한은이 하향 조정한 성장률 2.7% 전망치도 달성하기 버겁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8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99.2로, 17개월째 하락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올 1∼9월 월평균 15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가까이 늘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10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26일까지 13.48%, 코스닥지수는 19.36%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미국 성장세 둔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을 주도한 소비와 정부지출이 앞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이제부터 ‘내리막’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업과 투자 부진이라는 대내 악재에 시달리는 한국으로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대외 악재가 맞물린 ‘퍼펙트 스톰’에 직면한 셈이다.

○ ‘예정된 금리 시나리오에 얽매이지 말라’
금리는 적당한 때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이 적기인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용 부진, 투자 위축, 소비 침체로 내수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의 엑소더스를 피할 수 없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지만 1%대 초반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 때문에 인상 시기를 뒤로 미뤘다. 하지만 그 사이에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인상 시기를 잡기 어려워졌다.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은은 뒤늦게 금리 인상의 D데이를 11월 30일로 잡았다. 정부의 금리 인상 요구에 맞서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10월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11월에 올리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가기보다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대내외 경제 환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 지표는 한국 경제가 사실상 경기 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금융 안정을 위한 한은의 금리 인상은 당위성을 갖기가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경기하강기 금리#인상 강력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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