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전망 마이너스 선회… 한은 ‘견실한 성장세’ 주장 접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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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전망 2.7%로 하향
잠재성장률 밑도는 전망 발표… 경제가 기대에 못미침 인정한 셈
이주열 “통화정책, 금융안정 유념”, 금리 올려 가계부채 관리할 듯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8월 31일)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10월 18일·이상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한국 경제의 성적표에 대한 한국은행의 판단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결정문의 단골 메뉴였던 ‘견실한 성장세’라는 표현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 잠재성장률 못 미치는 경제, 반 토막 난 고용

18일 한국은행이 ‘2018∼2019년 경제전망’을 통해 밝힌 올해 성장률 전망치(2.7%)는 한은이 추정해 온 2016∼2020년 잠재성장률(연 2.8∼2.9%)을 밑도는 수준이다. 내년에도 2.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한국경제가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 경제가 올해 2.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과 비교하면 우울한 성적표다.

경제 전망이 ‘잿빛’인 것은 무엇보다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올해 설비투자 상승률은 7월만 해도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18일 ―0.3%로 떨어졌다. 건설투자 역시 조정 국면이 지속되면서 ―0.5%에서 ―2.3%로 마이너스 성장세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민간소비는 지난해 2.6% 성장에 이어 올해도 2.7%의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상품수출 성장률도 3.5%를 유지했다.

가장 비관적인 것은 고용 분야다. 1월만 해도 30만 명이던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는 4월 26만 명에 이어 7월 18만 명으로 떨어지더니 이날 9만 명으로 급락했다. 내년 취업자 수도 16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 7월 전망(24만 명)보다 후퇴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고용 부진은 점차 나아지겠지만 서비스업 고용은 도소매·숙박음식업, 인력파견업 등을 중심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11월 기준금리 인상 유력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 둔화를 전망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전망과 통화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서다. 9월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와 여당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곧바로 금리를 올리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일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 다음 달 금리인상 신호는 종전보다 분명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2.7%는 잠재 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세”라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거시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 안정에 유념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자본유출 우려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국내 경기를 감안할 때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가 확연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상당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설비투자 전망 마이너스 선회#한은 견실한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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