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총재 “금융불균형 해소”… 또렷해진 금리인상 깜빡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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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들과 경제동향간담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금융 불균형의 점진적 해소”를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를 통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금융 불균형의 점진적 해소”를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를 통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저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금리정책의 깜빡이를 ‘동결’에서 ‘인상’ 쪽으로 분명하게 켰다.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이 우리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가 되지 않도록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잇달아 금리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점은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한은의 결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 뚜렷해진 금리인상 깜빡이

이 총재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를 통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며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 불균형 누증은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등을 뜻한다. 금통위가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기울 때 자주 거론된다. 이 총재가 산업계 및 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미국 금리인상 직후에도 “미국이 앞으로도 금리를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내외 금리차에 대해 좀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흐름의 추이를 보겠다”고 말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8일과 다음달 30일 등 연내 두 차례 남았다. 한은 안팎에선 이달에는 금리 인상의 신호만 주고 1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에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과 고용 전망치를 낮춰 잡을 가능성이 커 동시에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3.0%로 잡았다가 7월 2.9%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정책목표인 물가 상승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9월 고용과 수출도 개선되기 어렵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최대 1%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여 10월 금리를 전격 인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 정부의 금리인상 압박에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

하지만 한은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노골적으로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은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정부 이후 지속한 저금리에 전혀 변화가 있지 않은 것이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금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리인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에 바로 금리를 올리면 ‘한은이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22일 한은 국정감사도 여야 의원들의 성토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여당 의원들의 압박이, 금리를 올리면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커질 수 있어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융 불균형 이슈는 금통위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전에 영역을 침범한 발언에 선수를 빼앗기면서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되돌릴 수 없게 훼손되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경제동향간담회#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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