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대책 발표날 역대최대폭 상승… 지방서도 돈 싸들고 서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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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뛰는 서울 아파트값]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8·27부동산대책이 나온 당일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0.45%)를 찍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조차 “서울 집값이 지나치게 오르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서울 동작구 등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한 8·27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이지만 9월까지 이사 수요가 많아 서울 집값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치에도 서울 집값이 달아오를 경우 추가로 내놓을 만한 대책이 많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

30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4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45%로,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감정원은 아파트 실거래가와 호가를 일정 비율로 반영해 표본 가격을 낸 뒤 이를 매주 비교한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8월 3주에 약 7억 원 수준이다. 4주째에 0.45%가 올랐으니 서울 아파트 소유자들은 한 주 만에 평균 315만 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셈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오르고 있다. 6월만 해도 매주 0.1% 이하의 상승률을 나타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발언 이후 7월부터 주간 0.1% 상승률을 넘어서다 사상 처음으로 0.4%대까지 찍었다.

2012년 이후 주간 단위로 서울 아파트의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시기 1∼4위가 모두 올해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8월 말까지 평균 5.57% 오르면서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2.99%)을 크게 넘어섰다.

서울에서 달궈진 집값은 인근 수도권의 열기로 번지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이번 주 집값이 1.05% 올랐다. 과천시(0.94%)와 성남시 분당구(0.69%)도 급등했다. 이렇게 오른 수도권 집값이 다시 서울 집값을 띄우는 현상도 감지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광명시민 중 집을 팔아 강남으로 넘어오겠다며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언제 광명 집값이 다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단 차익을 실현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서울을 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 중개업자도 매수자도 “서울 집값 미쳤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수십 년간 부동산 업계에 종사해온 베테랑 중개업자들조차 “미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7월만 해도 15억 원 하던 집이 1년 만에 10억 원 가까이 올랐다. 이게 정상이냐”고 되물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m²가 최근 24억5000만 원에 팔리며 집값이 3.3m²당 1억 원을 뚫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전용 41m²(재건축 시 전용 110m² 당첨)도 최근 역대 최고가인 17억6000만 원에 팔렸다. 2주 전보다 5000만 원 올랐다. 이번 주에는 18억 원짜리 매물도 나왔다.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 때문에 곤혹스럽다는 중개업자도 많다. 용산구 이촌동의 Y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계약을 성사시킨 다음 날 5000만 원 비싼 매물이 나오니까 집주인이 ‘당신이 사기 쳐 5000만 원을 손해 봤다’며 따졌다”면서 “항의만 하면 다행이지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많다”고 했다.

매수자들은 계약을 해도 불안하다. 회사원 박모 씨(36)는 얼마 전 송파구 가락동의 집주인에게 가계약금으로 500만 원을 보냈다가 불과 몇 분 뒤 550만 원을 받았다. 박 씨는 “나보다 더 비싼 값을 부른 사람과 계약한 것 같다”며 “집을 계약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6시간 만에 호가를 다시 4000만 원 올리는 경우도 있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 현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25개 구 전체가 6주 연속 상승했다. 8월 4주에는 동작구(0.65%)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지만 상승률 꼴찌인 관악구(0.22%) 역시 상승폭이 낮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투기세력의 ‘장난’보다는 실수요자들의 서울 아파트 ‘추격매수’ 현상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전 지역의 집값이 한꺼번에 오르는 것은 당국의 생각처럼 투기 수요로 인한 현상이 아니라 수요·공급 불균형이 근본적인 이유”라며 “풍부한 유동성에 지방 수요까지 서울로 몰려 집값을 올리고 있는데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추면 집값을 잡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시장에 나오는 주택 매물이 줄어든 데다, 8년 이상 장기로 임대해야 하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사람이 늘면서 매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동작구 상도동 공인중개업소인 열린단지내 정준일 대표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뒤에도 사겠다는 사람은 여전히 많고 매물은 없다”고 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박재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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