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늘린 일자리예산, 실업급여-공공 일자리 집중 ‘약효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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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70조 슈퍼 예산안]복지예산 올해보다 17조 증가
의무지출 비율 2년째 50% 넘어… 혁신성장 예산은 3조 증액 그쳐
전문가 “정책 부작용 상쇄 위해 예산 계속 늘리는 악순환 상황”

정부가 재정적자 확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7% 증액하기로 한 것은 고용재난, 저소득층 소득 감소, 양극화 심화가 겹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일자리와 보건 분야를 아우르는 복지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해 생계난에 빠진 저소득층을 떠받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정책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출만 늘리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 소득주도성장에 치우친 나라가계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복지, 보건 일자리 분야 예산은 내년에 올해보다 약 17조 원 늘어난다. 복지예산 규모가 162조2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34.5%에 이른다. 반면 정부가 경제 성장의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에 들어가는 예산은 연구개발(R&D·20조4000억 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18조6000억 원) 등 39조 원으로 올해보다 3조 원 늘어나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R&D 예산 중 일몰되는 예산이 약 8000억 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신규 예산은 1조5000억 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늘어난 3조 원 중에는 노후 산업단지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예산이 9955억 원 포함돼 있다. 증액분의 약 3분의 1은 혁신성장과는 관련성이 적은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근로자 복지 예산으로 쓰이는 셈이다.

○ 일자리 창출 효과 의문시

내년 일자리 예산은 올해 대비 22% 증가해 전체 항목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일자리 예산 대부분이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거나, 실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데 주로 쓰여 ‘과연 지속 가능한 정책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예산 중 가장 비중이 큰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은 총 7조4000억 원으로 지급액과 지급 기간을 늘리는 데 1조2521억 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관련 예산을 올해 4545억 원에서 138%(6309억 원) 증가한 1조854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 이 돈은 어린이집 보조교사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6만9000개를 새로 만드는 데 들어간다. 정부는 50대 초중반을 가리키는 ‘신중년’ 개념을 도입해 퇴직자의 재교육, 재취업 지원 등에 195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복지예산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전체 예산 중 정부가 매년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 비율은 2019년 51.4%로 2년 연속 50%를 넘어서게 됐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 건강보험 등 법률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예산이다. 나라 살림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의 비중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 “정책 오류 수정 없이는 세금 줄줄 샐 것”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자영업이나 중년 여성 등 고용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친 면이 있다”며 “시장과의 호흡, 시장의 수용성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감안해 정책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전문가 역시 기존 정책의 재검토 없는 재정 확대는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예산이 계속 증가하는 악순환 상황으로,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면 기존 정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민간 분야에 돈이 없어 투자나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닌데 재정을 확대한다고 일자리, 투자가 늘어날 거라고 보는 것은 정부의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송충현 / 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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