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갑질 못참아”… 구글-애플에 반기 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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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장터 30% 폭리에 반발 확산


중소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A사는 구글, 애플의 앱 마켓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높은 수수료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사가 개발한 앱을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도록 장터를 제공한다고 해도 매출의 30%를 떼어가는 건 ‘폭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퍼블리셔(유통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인건비, 개발비를 제하면 A사가 가져가는 이익은 전체 매출의 15% 수준.

A사 관계자는 “구글 같은 경우 우회적으로 앱 마켓 광고 집행까지 권유해 불이익을 피하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마케팅비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 경우 남는 몫은 더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전 세계 앱 마켓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가 10여 년간 유지하고 있는 앱 마켓 수수료율(매출의 30%)에 대한 콘텐츠 공급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또 다른 중소 게임 개발업체 B사의 대표는 “연 매출 100억 원대 규모의 게임이라면 전문 개발 인력이 30명가량 붙어야 하는데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회사에 남는 몫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수료율이 부담되기는 대형 앱 개발사들도 마찬가지. 중소 중견 개발사들만큼 수수료율이 기업의 존폐를 가를 정도는 아니지만 매출이 큰 만큼 천문학적인 돈을 떼인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구글플레이에서 앱 매출 1위를 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4156억 원의 매출을 냈는데, 수수료로 1246억 원을 냈다. 한 대형 게임회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율도 1∼2% 수준인데 앱 마켓 수수료율은 과하다 못해 도를 지나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글, 애플이 앱 마켓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을 연결해줌으로써 개발사들에 이익을 제공하는 만큼 30%가 합당한 수수료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앱 마켓 수수료율은 앱스토어가 출시된 2008년부터 지속돼 왔지만 최근 들어 업체들의 반발이 불거진 것은 모바일 앱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 경쟁자들이 많아지자 소비자들의 간택을 받기가 어려워졌고, 과거와 달리 수수료율이 부담으로 다가오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앱 마켓을 분석하는 리서치회사 앱애니에 따르면 한국, 미국과 같은 나라들을 ‘성숙 시장’(실험, 수용, 성숙으로 구분)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기성 앱의 매출에 대한 쏠림은 심화되지만 새로운 앱에 대한 다운로드와 사용량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외 사업자들의 ‘탈(脫)구글·애플’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앱 마켓 원스토어는 지난달 수수료율을 5∼20%로 인하해 게임회사들의 자사 플랫폼 입점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애플을 통해 구독하는 경로를 차단하고 자사 모바일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스웨덴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으려면 자사 웹사이트를 통하도록 했다.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스는 인기작 포트나이트를 구글플레이 대신 자사 모바일 웹사이트에서 내려받도록 하고 있다.

일련의 탈구글·애플 행보에 구글코리아 측은 “안드로이드는 개방형 플랫폼”이라면서 “전 세계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제공하고자 하는 개발자는 누구나 구글플레이에 앱과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구글코리아 본사를 찾아 앱 마켓에 대한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현장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개발사들의 노력으로 연간 한국에서 수조 원을 벌어 가는 구글, 애플이 도리어 앱에 대한 심의 권한까지 갖고 있는 바람에 또 다른 횡포가 가능한 구조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앱장터#구글#애플#수수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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