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東 현장]유커 돌아온 명동…“시장은 울고 면세점 웃었다”

  • 동아경제
  • 입력 2018년 6월 12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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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는 늘었지만 대부분 ‘싼커’…사드보복 이후 상권 여전히 침체
면세점은 보따리상 늘어나 매출 고공행진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가 북적이는 모습.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가 북적이는 모습.
“중국인들이 늘어난 것 같긴 한데 매출은 시원찮아요. 사드보복 전과 비교해 중국인 매출이 20~30%밖에 안돼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김주연(42·여)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명동은 중국어로 대화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되찾은 듯 했다. 유창한 중국어로 호객하는 매장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고,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명동 거리를 전전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여행사 깃발을 앞세운 단체관광객들이 쇼핑백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등으로 경색됐던 한중관계가 풀리면서 지난 4월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입국자 수가 36만700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22만8000명)과 비교해 60.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신청은 7786명으로 올해 초보다 122% 늘었고, 개별 비자 신청은 11만45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1.4% 급증했다.

화장품 가게 직원 A씨는 “예전에는 한 손 가득 구매해 갔다면 지금은 눈으로 구경만 하다가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매출은 매번 팔리는 수준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화장품 가게 직원 B씨 역시 “사드보복이 풀리면서 중국인 손님이 조금 늘긴 했지만 위웬화 매출 비중은 비슷하다. 전체 매출은 오히려 70%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업계에선 단체로 여행 오는 ‘유커’와 개별 관광객인 ‘싼커’로 구분한다. 중국 정부에서 사드사태 보복으로 금지한 것은 유커의 한국여행이었다. 그동안 개별관광객인 싼커는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왔으며, 보따리상 역시 개별관광 비자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싼커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지역별로 방한 단체관광을 허용하고 있지만 한번 얼어붙은 분위기가 풀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명동의 한 환전상 앞에는 중국인 손님 5명이 환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전상을 운영 중인 A씨는 “고액을 환전해가던 큰 손은 많이 줄었고 10만~20만 원 단위로 환전해가는 개별 관광객만 조금 늘었다”며 “그나마도 관광객이 아닌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원들이 환전해 가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 화장품 가게에서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 화장품 가게에서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
명동 상인들이 울상인 반면 면세점 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싼커가 늘었다곤 하지만 중국인 다이궁(代工·보따리상)들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화장품, 패션, 뷰티 등을 파는 매장 계산대에는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은 “请进! 正在打折.(어서 들어오세요! 세일 중입니다)”며 고객들을 유혹했고,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고 쇼핑백 가득 물건을 사갔다. 중국인 다이궁들은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대리주문을 받거나 복도와 매장 구석에서 대형 트렁크 안에 물건을 담았다.
실제로 중국 보따리상이 늘어나면서 면세점 매출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 4월 기준 15억2423만 달러(1조6464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8억8921만 달러)보다 71.4% 증가했다. 이 중 외국인 매출액은 12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12억6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을 비롯해 개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도 “중국인 매출의 80%가 다이궁이어서 예전 같은 깃발부대(단체관광객) 특수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단체관광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아 보따리상을 통한 대리구매가 늘어나고 있어 면세점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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