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계로 경쟁력 경고등” vs “기저효과에 일시적 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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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만의 수출 감소에 엇갈린 반응

월간 수출액이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 한계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선박 분야의 수출이 작년 대비 대폭 감소한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자동차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무역 전쟁 가능성 등 교역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 “기초체력에 문제없다”는 정부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4월 누적 수출액이 1955억 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부진한 4월 실적만 보지 말고 누적 실적을 주목해 달라는 주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출 60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 금액은 5737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4월 수출도 반도체가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물량은 4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97억8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석유제품(53.6%) 및 석유화학 제품(11.7%)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장비 등 일반기계류는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회복으로 사상 최대인 47억9000만 달러의 수출 기록을 세웠다. 반면 철강(―7.4%), 자동차(―8.6%), 디스플레이(―16.2%), 무선통신기기(―40.7%), 선박(―75.0%) 등의 수출은 부진했다.

산업부는 한국 수출의 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등 긍정적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 자동차 등 주력 품목 경쟁력 회복이 관건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관만 할 때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출 금액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4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올해 8.1%, 낸드플래시는 4.5% 떨어졌다.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수출 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할 우려가 적지 않다.

문제는 반도체가 부진해질 경우 이를 만회할 만한 수출품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좀처럼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시장 규모를 회복하려면 2,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조선소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넘어야 한다. 한반도 긴장 완화 등으로 원화 가치 강세가 예상되는 점도 한국 수출 환경의 리스크 요인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수출품 중에서 가격 경쟁력이 아닌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건 그마나 반도체가 유일하다”며 “지금의 산업 구조와 전략으로 수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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