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 수출전선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美-中 무역전쟁 겹쳐 우려 가중

미중(美中)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면 한국이 수출 부진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출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원화가치마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의 전반적인 수출경쟁력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남북 정상회담,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환율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에 민감한 국내 수출기업의 영업환경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원화가치 상승폭 G20개국 중 2번째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주 전인 지난달 23일보다 1.16%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 중 멕시코 페소화(1.27%)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유럽연합(0.58%), 중국(0.2%) 등의 통화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일본 엔화의 가치는 최근 2.1% 떨어졌다.

최근 원화 가치가 유달리 강세를 보인 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으로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주요 2개국(G2) 사이의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한 영향도 있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정책 리스크는 돌발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달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때 환율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해 환율 정책을 양보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 이달 중순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만큼 이 같은 의혹에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 기업 의사결정 힘들어질 우려

원-달러 환율은 3일 1054.2원으로 연중 최저점에 도달한 뒤 4일 만에 1.5% 뛰어오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만큼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KB증권은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연내 환율이 달러당 102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긴장 완화가 가속화되면 달러당 1000원 선이 위협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하반기(7∼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한국이 미국과 환율 정책의 방향에 대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낼지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 외환당국이 사실상 시장에 개입하기 힘든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경우가 문제다. 글로벌 투기세력이 한국 정부의 손발이 묶였다고 판단한다면 원화를 사들여 원화가치를 띄운 뒤 되팔아 환차익을 챙기는 식으로 외환시장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 상승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수입 물가가 떨어지고 증시에 유입된 외국 자본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수출 물량은 0.12% 줄어들 수 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등 운송장비(―4%)와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3%)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의 단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나 가격 결정을 위한 적절한 선택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중 무역전쟁#우려#가중#환율 불안#수출전선#미국#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