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서민중심 금융정책 강조… 고금리 대출 손볼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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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현안보고 받아… 2일 취임식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식을 하루 앞둔 1일 현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강화 정책을 강조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신임 김 원장이 이 같은 서민 소비자 중심의 금융정책을 강조하면서 금감원이 향후 대형 보험사와 카드사 등 대기업 계열사가 많은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신임 원장은 이미 현안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본인의 철학이 뚜렷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김 원장의 과거 입법 활동이나 의정보고서 등을 감안할 때 그동안 날선 비판을 해온 대기업 계열의 금융회사가 ‘중점 감독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의 1차 타깃은 시중은행이었는데 김 원장이 취임하면 대기업 계열사가 많은 제2금융권이 1순위 개혁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김 원장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보험사가 보유한 기업 주식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도록 한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대해 “삼성을 위한 특혜”라고 지적하고 주식 평가 기준을 시가로 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다.

당시 김 원장은 “삼성 때문에 만들어진 법의 기형적 예외를 언제까지 방치할 거냐”라고 비판했다.

2016년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도 기업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했다. 김 원장은 19대 의정활동 보고서에서 “이 법은 소비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 보험금을 안 주고 버티다가 사기가 아니라고 판명 나도 보험사를 면책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같은 보고서에서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의 최고 이자율은 10%대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카드사 등이 연간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 20%대 후반의 고금리를 받고 있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보험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활동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 원장은 의정활동 보고서에서 “TV, 인터넷 등의 대부업 광고 전면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광고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불합리한 가산금리 산정이나 이자 수익에 의존한 영업 관행에도 메스를 들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한 언론 기고문에서 “우리 금융산업은 국제경쟁력을 논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한국의 금융산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선 원칙론을 강조했다. 그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 정부를 탓하며 정책적 자금 지원을 하라는 소리가 쉽게 나오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내야 한다”며 “법정관리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성동조선, STX조선해양, 금호타이어 등 구조조정에서 경제논리를 강조한 정부의 기조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 분리 완화나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수단인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을 두고는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시절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은산 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가장 앞장서서 반대했다.

다만 금융당국 수장으로 입장이 바뀐 만큼 국회의원 때와는 달리 금융업계의 의견을 두루 살펴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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