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협회 “한국 최고수준 제재를”, TV-자동차도 다음 타깃 우려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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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세계무역전쟁]제약업계 지난달 USTR에 제안서
트럼프, 상호세 예로 TV 거론
車는 FTA개정 맞물려 촉각

미국의 통상 압박이 철강뿐만 아니라 제약, TV, 자동차 등 다른 주요 산업으로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올 1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세탁기 제품만 타깃으로 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이달에는 미국으로 수입하는 모든 철강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세부 제재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엔 한국산 철강도 포함된다.

제약업은 다음번 무역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분야다. 미국제약협회가 2월 “한국에 최고 수준의 무역 제재를 해 달라”는 요지의 제안서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미 제약협회는 종전에도 “한국의 약가 책정이 차별적이며 다국적 제약회사에 불리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통상당국이 자국 제약사들의 요구를 반영해 한국을 압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월풀이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수년 전 요청한 이후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약업에 대한 무역제재도 언제든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대한(對韓) 통상 압력이 거세지면서 미국 제약업계가 약가 관련 요구사항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TV와 자동차도 통상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분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만큼 해외 수입제품에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내용의 ‘상호세(reciprocal taxes)’ 부과 구상을 밝히며 한국산 TV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선 TV 완성품을 만들지 않고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한다”며 TV가 상호세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상호세 부과를 구체화한다면 한국산 TV가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맞물려 고율의 관세 폭탄이 우려되는 분야다. 미국은 올 1월 시작된 한미 FTA 개정 협상 초반부터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에 집중해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한미 FTA가 개정되면 지금까지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던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반도체업체 비트마이크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대한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소가 특허에만 국한된 사안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국가 간 통상 압박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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