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0억 주인 찾아… 아직 6조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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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6주새 59만건 해결

A 씨는 2000년 큰딸이 1급 장해 판정을 받으면서 딸 앞으로 가입해둔 보험으로 보험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이 보험은 20년간 매년 1000만 원씩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를 몰랐던 A 씨는 첫해 1000만 원만 받고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생활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진 A 씨는 결국 딸을 중증장애인 시설에 맡겼다.

그러다 최근 ‘내보험 찾아줌(cont.insure.or.kr)’ 사이트를 조회해 보니 받지 않은 보험금이 총 2억 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험금을 찾은 A 씨는 딸을 데려와 함께 살게 됐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내보험 찾아줌’ 사이트에 접속해 본인이 찾아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이 있는지 확인한 소비자는 2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A 씨처럼 실제 숨은 보험금을 찾아간 사례는 총 59만 건, 8310억 원이나 됐다. 전체 숨은 보험금(7조4000억 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만기가 오기 전에 보험금 지급 조건을 충족했지만 받아가지 않은 중도보험금이 4503억 원(40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만기가 지난 보험금 2507억 원(6만 건), 만기와 소멸 시효까지 지난 휴면보험금 839억 원(13만 건) 등의 순이었다.

상당수 보험 가입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보험금을 나눠 받는 ‘사고 분할 보험금’에 가입해 놓고도 안내를 제대로 받지 않아 이를 모르고 지냈다. B 씨는 12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사망보험금을 한 차례 받았다가 이번에 매년 100만 원씩 10년간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경황이 없다 보니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C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6월 갑자기 쓰러져 3개월간 입원했다가 숨졌다. C 씨는 최근 어머니의 사망보험금이 있다는 보험사의 안내 우편물을 받았다.

이들처럼 숨은 보험금을 찾으려면 내보험 찾아줌 사이트에 접속한 뒤 이름,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휴대전화 또는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하면 가입한 모든 보험 상품과 아직 받아가지 않은 보험금 내용을 알 수 있다. 숨은 보험금을 확인했다면 해당 보험사에 전화나 방문을 통해 청구하면 된다. 가입자의 보험금 신청이 들어오면 보험사는 사흘(영업일 기준)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금융위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좀 더 쉽게 지급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주소지가 바뀌는 보험 가입자를 위해 보험금 발생 사실을 우편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도 알려주도록 할 방침이다. 또 소비자가 보험금을 따로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알아서 미리 등록해둔 계좌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급계좌 사전등록시스템’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고 분할 보험금은 보험사가 매번 보험금을 지급할 때마다 다음 보험금 청구 시점을 안내하도록 설명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8300억#6조#보험#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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