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기관 자금 잡아라” 시중은행 유치전 치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시금고-주택도시기금 등… 운영권 따내기 출혈경쟁 벌여

우리은행이 100년 넘게 맡아 온 서울시금고와 150조 원에 육박하는 주택도시기금 등 기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수십조 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기관의 직원이나 거래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도 수월해 은행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서울시금고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입찰에서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의 예산·기금을 관리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31조8000억 원. 서울시금고는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0년 넘게 우리은행이 맡아 왔다.

서울시는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 1곳이 자금을 관리하는 ‘단수 금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서울시의 자금 규모가 큰 데다 다른 지자체도 복수 금고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서울시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번 입찰을 앞두고 단일 금고제를 유지할지 검토하고 있다.

10일 입찰이 끝난 주택도시기금 수탁 은행 선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을 비롯해 주택청약저축예금, 기금 운용을 통한 수익금 등으로 조성된다. 2016년 말 기준 총자산이 148조90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우리은행(간사)과 KB국민·신한·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이 기금 관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올해 수탁 은행을 5곳으로 줄이기로 결정해 은행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의 외화금고를 관리하는 은행도 다음 달 13일까지 각 은행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받는다. 외환금고 은행은 국민연금의 외화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며 현재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기관 자금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일반 고객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관 영업을 따내면 큰 자금을 굴릴 수 있는 데다 해당 기관의 직원과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도 쉬워 마진이 없어도 도전하는 은행이 많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기관자금#서울시금고#주택도시기금#은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