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뭄 겨우 넘자… 이제 내수 빙하기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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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산업계 파장

“올해 들어 소비지표가 좋아졌다지만 현장에선 아직 그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경기가 풀린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찰나였는데 금리 인상 때문에 다시 시장이 얼어붙을까 걱정입니다.”(국내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

30일 한국은행이 전격 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기업들은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충격파는 적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업종, 기업 규모에 따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금리 인상이 ‘내수 빙하기’로 이어지는 상황까지도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 대응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 사이 단행됐던 2차 금리 인상 당시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불안정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최대 5%에 육박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 산유국들의 가격 조정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내년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원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국제 유가가 계속 불안할 경우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란 상품 제조비용이 늘어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이 가정 경제 위협, 소비 여력 축소로 이어지면 소비재 분야는 판매 감소와 매출 악화로 연결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은 하반기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을 ‘가계 경제 악화’로 예측하고 있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가계부채 증가(26.5%)가 가장 많이 꼽혔고, 기업투자 위축(24.5%) 소비 부진(22.5%)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사전에 예상된 것인 만큼 기업들이 사전 대응책을 마련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비재와 직결된 유통업체는 이날 영향 분석에 분주했다. 지난해 ‘소비 가뭄’을 겪고 이제야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선 2012, 2013년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세금이 폭등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이 늘어난 시기”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트렌드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더 싼 것을 찾기 위해 해외 직접구매, 온라인 비교 구매를 늘리고 유통기업은 연중 할인 행사를 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달리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도 불안한 분위기였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60%가 변동금리인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상이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투자 심리가 일정 부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이 많아 체감 금리 인상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환율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초기에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국이나 동남아 기업들과 ‘가격경쟁력’을 놓고 싸워야 하는 한국 기업들은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30일 한국무역협회가 중소 수출기업 215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65곳(30.7%·복수 응답)이 “환율 하락에 대한 자체 대응 방안이 없다”고 답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경기 회복이 일부 업종에만 국한돼 있는 만큼 본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현수·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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