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종 세트’ 고졸, 취업 99% 뚫다… 직업계高 졸업생 취업률 50%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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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전공자격증 2개 ②타전공 자격증 1개 ③직업기초능력 ‘우수’ ④토익 600 ⑤국토순례-봉사
취업률 1위 수원하이텍高 비결
졸업하려면 ‘5대 인증’ 통과 필수… 산업단지 업체들과 교류 MOU도
마이스터고 취업률은 매년 90%대

경기 수원시 수원하이텍고 2학년 학생들이 4월 ‘면접클리닉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면접 자세부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등을 배우고 발표와 집단토론, 실습 등을 한다. 수원하이텍고 제공
경기 수원시 수원하이텍고 2학년 학생들이 4월 ‘면접클리닉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면접 자세부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등을 배우고 발표와 집단토론, 실습 등을 한다. 수원하이텍고 제공
“수업 시간에 도면을 보는 게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마이스터고(숙련기술인 육성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고)인 경기 수원하이텍고 3기 졸업생인 김슬기 씨(20·여)는 졸업(2015년 2월) 전인 2014년 상반기 한국서부발전에 취업했다. 정밀기계를 전공한 김 씨는 현재 발전소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다. 정규직으로 대졸 사원과 같은 업무를 한다.

김 씨는 ‘굳이 대학에 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마이스터고를 선택했다. 전공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지만 1학년 때 기계와 전기 등 여러 전공을 통합적으로 공부하는 교과과정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수원하이텍고의 방과 후 학교는 1학년 때 의사소통, 대인관계 등 기초능력 위주로, 2·3학년은 전공심화 과정으로 운영된다. 김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선택한 진로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을 갖게 됐다”며 “학교의 모든 과정이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수원하이텍고를 졸업하려면 △전공 관련 자격증 2개 이상 취득 △타전공 자격증 1개 이상 취득 △직업기초능력(대한상공회의소 주관) 우수단계 이상 △토익 600점 이상 △국토순례와 봉사활동 등 이른바 ‘마이스터고 5대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 제도는 수원하이텍고가 처음 도입한 뒤 다른 마이스터고들도 속속 도입했다. 이 학교의 올해 2월 졸업자 취업률은 98.7%로 전국 고교 가운데 1위다. 정상운 교장은 “대기업의 1차 협력회사 80곳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며 “학교 인근인 시흥 안산 화성 등에 산업단지가 있다 보니 회사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작업반)를 졸업한 청년들의 취업률(올해 2월 졸업생 기준)이 50.6%로 집계됐다.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률이 50%를 넘은 건 2000년(51.4%) 이후 17년 만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일관되게 추진한 직업교육 강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 최악인 청년 취업난 해소의 한 대안임이 입증된 셈이다.



반면 직업계고 졸업생의 올해 대학 진학률은 32.5%로 지난해(34.2%)보다 1.7%포인트 낮아졌다. 직업계고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셈이다.

학교 유형별로는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이 93%로 가장 높았다. 특성화고는 50.8%, 일반고 직업반은 22.4%로 집계됐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각각 2.7%포인트, 3.8%포인트 올랐다. 특히 마이스터고는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부터 매년 90% 이상의 기록적인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성화고는 과거 실업계고와 사실상 같고, 마이스터고는 상위 30% 이내 학생들을 뽑아 전문 기술인으로 양성하는 특수목적고다.

그러나 일반고 직업반의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고의 경우 원래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입학한 학생이 많고, 직업반이 대부분 읍면 단위(69.4%)에 위치해 있어 취업률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업계고의 이런 성과가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 확대와 박근혜 정부의 일·학습병행 정책(독일과 스위스식 도제교육을 한국에 맞춰 도입한 직업교육)으로 이어진 직업교육 강화 정책의 성과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효과를 인정하고 일·학습병행제를 더욱 확대해 참여 기업을 현재 8098곳에서 1만2500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여전히 만연한 고졸자 차별과 일자리의 질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졸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1.6%(지난해 기준)로 대졸자(22%)보다 9.6%포인트나 높다. 고졸자는 임금도 대졸자의 78.5%에 불과하다. 특히 취업 후 군 복무자에 대한 고용휴직제 도입 등 고졸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정책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성열 ryu@donga.com·김하경 기자
#고졸#취업#직업계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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