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넘버원 화장품보다 ‘온리원’ 목표… M&A도 적극 나설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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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20위 오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인터뷰

서경배 회장은 HBR 평가에 대해 “세계적인 혁신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 더할 수 없이 자랑스럽다”면서도 “영광의 주인공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임직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아일보DB
서경배 회장은 HBR 평가에 대해 “세계적인 혁신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 더할 수 없이 자랑스럽다”면서도 “영광의 주인공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임직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아일보DB
“우리 집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의 실험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에게 ‘경영 노하우’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뜻밖에 자신의 집을 지목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 회장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제품을 써보고 솔직한 후기를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침에는 순한 클렌징 제품을 써보고 저녁에는 노폐물 제거용 클렌징을 쓴다. 한방샴푸는 최근 가장 애용하는 제품”이라고도 했다. 제품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서 회장은 지난달 25일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이 공동 시행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경영평가’에서 세계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100대 기업인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인이었다.

동아일보와 HBR코리아는 해외에서 이처럼 인정받는 경영철학을 듣기 위해 그와 서면인터뷰를 가졌다.

위용 드러낸 세번째 신사옥 서울 용산에 들어선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 전경.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건축물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같은 부지에 1956, 197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신사옥을 짓고 ‘용산 
시대’ 3막을 활짝 열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위용 드러낸 세번째 신사옥 서울 용산에 들어선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 전경.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건축물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같은 부지에 1956, 197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신사옥을 짓고 ‘용산 시대’ 3막을 활짝 열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해외 수출이 거의 없었다. 1997년 서 회장이 취임한 후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을 펴면서 해외 매출 비중은 30% 가까이로 올라섰다. ‘A More Beautiful World’라는 기업 슬로건은 서 회장과 아모레퍼시픽을 대표하는 문구가 됐다.

서 회장은 “아시아 지역 원료를 활용한 최초 한방 화장품을 개발하는 등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 고객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중산층 인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아세안 6개국도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서 회장은 특히 유럽과 북미 등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미주 유럽 중동 등 제3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진행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원대한 기업(Great Company)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는 “M&A가 전략의 최우선순위는 아니지만 제품의 다양성을 더해 주거나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관심을 갖고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8월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해외 뷰티 브랜드 아닉구딸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뉴욕, 파리 등에 진출하며 유명 글로벌 브랜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 회장은 세계인을 사로잡기 위해 제품에 품격(品格)을 담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양과 질의 시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독보적인 감성을 담은 명품만이 팔리는 격(格)의 시대로 바뀌는 변곡점”이라면서 “다소 힘든 과정일 수 있지만 전 세계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의 품격 있는 가치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서 회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화장품 산업에도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위해 기술력을 갖춘 벤처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서 회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독서를 꼽았다. 서 회장은 “역사 세계사 인류학 등 책에서 지성과 미적 감각을 키웠다”면서 “책을 통해 성장하고 책 속에서 회사를 키우는 지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넬슨 제독처럼 우직한 뚝심과 과감한 도전으로 세상의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창조해 내는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1997년 대표이사 취임 후 태평양을 20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도전과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아모레퍼시픽#서경배#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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