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함께 뛰어야 中-日에 안밀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동남아 시장 공략 기업들, 文대통령 ‘新남방정책’에 큰 기대
동남아 젊은층 많아 시장잠재력 커… 기업들 베트남-印尼에 투자 확대

CJ제일제당은 베트남 호찌민의 히엡프억 공단에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식품 공장을 짓고 있다. 6만6115m²(약 2만 평) 규모로 냉장, 냉동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의 동남아 첫 통합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왕교자, 김치 등 주력 제품을 연간 6만 t가량 생산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K푸드’ 전진기지를 베트남에 구축해 동남아 시장 전체에 한국 식문화를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가 외교와 경제 분야의 중요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동남아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아세안 지역과의 협력을 한반도 주변 4대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의 교역량도 늘리겠다고 했다.

기업들은 반기고 있다. 동남아는 젊은층이 많아 시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주면 동남아에서 서비스, 관광, 문화사업을 확대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해외 사업 확대는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롯데는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해 있다.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롯데로서는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공이 더욱 절실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일 인도네시아로 떠나 2박 3일 일정으로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람펑에 46호점을 열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1일 베트남 다낭 공항에 신규 면세점을 열었다. 특히 베트남을 중심으로 초대형 복합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의 경우 한국 기업 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는 24억2100만 달러(약 2조7000억 원)로 전년보다 52.1% 늘었다. 제조업에만 한정하면 베트남은 중국을 제치고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1위 국가가 됐다. 올해 사드 갈등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것으로 수출입은행은 분석했다. 인도네시아는 베트남 다음으로 국내 기업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나라다.

최근에는 제조 및 중화학 기간산업 투자에 이어 e커머스,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GS홈쇼핑은 올해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메란티아세안성장펀드에 3000만 달러(약 334억6800만 원)를 투자했다. 첫 번째 투자처는 인도네시아 인공지능(AI) 기반 커머스업체인 세일스톡으로 결정됐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현재 미래사업본부 내 동남아 전담 인력을 뒀다. 한국과 동남아 스타트업 간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역시 동남아 시장을 그냥 지켜볼 리가 없다. 국내 기업들에는 위협 요인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이 불가피해서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자동차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옮겨와 투자 역사가 길다. 중국은 최근 기간산업, 인프라 건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윤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대양주 팀장은 “한국이 경제·외교 파트너를 다변화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동남아도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정부가 협력관계를 확대하면 일본,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 기자
#베트남#인도네시아#동남아#기업#진출#신남방정책#문재인#대통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