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포기한 행원들, 주 6시간 부동산법 씨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신한銀, 업계 첫 부동산교육 현장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일반 행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전문 인력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은 1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0, 30대 젊은 행원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 있었던 이 과정의 수업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일반 행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전문 인력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은 1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0, 30대 젊은 행원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 있었던 이 과정의 수업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일 오후 7시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는 퇴근 후 모여든 20, 30대 젊은이들이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1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한은행의 ‘부동산 전문인력 교육’ 프로그램(정원 15명)에 선발된 행원들. 이날 역시 부동산 사법과 상권분석 강의를 듣기 위해 퇴근 후 잠시 숨을 돌릴 새도 없이 강의 장소로 모여든 것이다. 경기 안성시 안성금융센터에서 근무하는 박해윤 대리(31)는 “앞으로 1년 동안 ‘불금’은 포기해야겠지만 그만큼 얻는 게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는 업무로 참석하지 못한 1명을 제외한 14명이 출석했다. 노타이 차림에 소매를 걷어 올린 이들은 ‘ㄷ’자 모양 테이블에 둘러 앉아 노트에 수업 내용을 받아 적거나 때때로 질문을 하며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김성연 대리(33)는 “영업점 창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의 주요 관심사가 부동산으로 빠르게 옮아간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된다”며 “개인 경쟁력뿐만 아니라 은행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부동산 관련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 ‘불타는 금요일’에 부동산 공부 열기

신한은행은 7월 일반 행원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전문인력 연수를 시작했다. 그동안 일반인 고객을 상대로 부동산 관련 세미나를 한 경우는 많았지만 내부 행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교육 연수는 신한은행이 업계에서 처음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자산시장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면서 과거에는 일부 자산가 위주였던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에 대한 일반 고객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수 기간은 총 1년. 수도권 영업지점에 근무하는 입행 7∼10년 차 젊은 행원들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오전 각각 3시간씩, 총 6시간 수업을 한다.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내 팀장급 이상 전문가들이 부동산 공법, 사법 같은 부동산 관련 법률 및 정부 정책, 그리고 경매, 상권, 재개발·재건축 등 7개 과목을 다룬다. 6주에 한 번씩 제주도나 강원도 등으로 현장 답사도 다녀온다.

고 센터장은 “커리큘럼이 부동산 대학원 과정에 버금가는 강도를 갖고 있어 퇴근 후 매주 듣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 있음에도 15명 모집에 238명이 지원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 부동산 자문 영역 늘리는 금융업계

다른 시중은행들도 부동산 투자자문 역량을 늘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덩달아 부동산 자산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예·적금 분야가 아닌,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은행은 24일 기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리브온(Liiv ON)’에 부동산 시세 조회 및 매물 검색 서비스를 추가한 ‘KB부동산 리브온’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 자문서비스를 위해 외국계 부동산 기업과 업무제휴를 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말 모바일 및 온라인 경매 정보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해외 부동산 투자자문서비스를 위해 관련 해외 사정에 밝은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역시 자체 WM(자산관리)영업점이나 PB(프라이빗뱅킹)센터 등에서 자체적으로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및 세미나 등을 운영하고 관련 인력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관련 서적을 내거나 자문 영역을 아예 부동산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금융업계의 이 같은 변화 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전통적인 예·적금 업무에서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결국 대형은행은 자산관리 분야 등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행원#부동산법#불금#신한은행#금융업#자문#투자#자산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