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00명중 4명 입사… 부산-충남은 1000명중 3명도 못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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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대학생 공기업 입사 분석]30% 지역할당 시뮬레이션 해보니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정책은 지방대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별로 고른 발전을 유도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각 시도의 대학 정원과 공공기관들의 채용 규모를 분석한 결과 이 제도는 출신 지역에 따라 오히려 혜택의 큰 편차를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공기관에는 특정 지방대 출신 인재들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반면 부산과 충남 등 일부 지역은 이 제도에 따른 혜택을 사실상 거의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균형발전 대책이 ‘정원 ○○% 할당’ 같은 주먹구구식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보다는 산학연 클러스터 활성화, 지역별 특성화대학 육성 등 공공기관·지역사회·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지역 편중 심해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기준 30%를 적용할 경우 지역별로 취업 기회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각 지역 대학 정원과 기관 채용 인원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설계한 탓이 크다. 자산은 많지만 직원은 적은 곳, 직원이 많아도 전문 인력이 대다수인 곳 등 기관마다 특성이 제각각인데 이런 점들에 대한 세밀한 검토는 애당초 없었다.

부산의 경우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기관이 옮겨 갔다. 하지만 연간 채용 인원이 100명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반면 강원에는 부산과 동일하게 11개 기관이 옮겨 갔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채용인원 800명) 등 채용 규모가 100명 이상인 기관이 4곳이나 된다.

제주와 충남은 부산과 더불어 지역인재 채용이 불리한 곳이다. 두 지역 모두 대학 모집 정원의 0.26%만이 지역인재로 선발될 수 있다. 반면 강원은 공공기관 입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모집 정원의 2.57%인 608명이 지역인재로 선발될 수 있어서다.

분야별로 따져 보면 지역별 편차는 더욱 심하다. 광주·전남은 전력 및 농업 분야 기관이, 강원에는 의료·관광 기관이 몰리는 등 지역별로 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거래소, 한전KDN 등이 몰려 있어 채용 규모가 2150명이나 되지만 상당 부분이 전기 관련 전공자 몫이다. 하지만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숫자만 강제하고 있어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의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했더라도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지역인재 전형 대상이 아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서울 소재 대학 출신자도 지역인재로 폭넓게 인정하면 지방대 합격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 있어 도리어 제도의 실효성과 역차별 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들과 공공기관 모두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특성화대학 육성 등 장기 계획 필요

의무채용에 따른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권역별로 묶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구에 위치한 대학 출신이 경북의 공공기관에 지원하더라도 이전 지역 인재로 인정받아 가산점을 받는 식이다. 대구와 경북은 지자체 간 협의로 지난해 6월부터 광역 선발을 하고 있다.

반면 다른 지자체는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 같은 협의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인재 채용이 가장 불리한 부산은 채용이 가장 유리한 울산과 광역 선발을 하자고 요구하지만, 울산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전북과 충북, 경남 등도 대학 간 불균형 등을 이유로 권역화에 반대하고 있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는 올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뒤 급물살을 탔다. 9월 19일 국무회의를 거친 후 열흘도 안 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다 보니 채용 할당 비율 외에 세밀한 부분은 정책의 틀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역차별 문제점을 파악해 의무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몰린 강원에는 의료 관련 대학을, 전력 관련 기관이 옮겨 간 광주·전남 지역에는 전기 부문 학과나 대학을 장기적으로 육성해 인재를 키우고 그에 맞춰 적절히 채용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공기업#지역 편중#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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