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車시장, 일본에 뺏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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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가성비’ 예전같지 않아… 칠레 수입차 1위 자리 위태로워

자동차 신흥시장인 남미에서 한국 자동차가 일본 자동차의 거센 추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한국산의 경쟁력을 일본 업체들도 갖추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주요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4일 KOTRA 칠레 산티아고무역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칠레 수입차 시장의 국가별 판매액 순위에서 한국은 3억3200만 달러(약 3718억 원)로 1위다. 2위는 일본으로 3억1500만 달러다. 양국 간 격차는 1700만 달러로 2년 전 1억8200만 달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일 간 격차가 감소한 것은 신흥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중·소형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1∼7월 중·소형차 점유율 5위에 오른 일본 도요타의 판매 증가율은 32.0%, 4위인 닛산의 증가율은 22.5%로 2위인 현대차의 11.3%와 3위 기아차의 5.1%보다 상승 폭이 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 업체들이 신흥시장에서 가성비를 무기로 시장을 선점했는데 일본 업체들이 최근 엔저 등을 통해 한국산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면서 다툼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가 내세웠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슷한 원인으로 미국과 중국에서도 한국차는 일본차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올해 1∼8월 미국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0.7% 감소했다. 전체 미국 시장 감소율 2.8%보다 폭이 훨씬 크다. 이에 반해 도요타(―1.3%), 혼다(―0.5%), 닛산(0.1%) 등 일본 업체들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1∼7월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11.0%), 혼다(23.2%), 닛산(11.2%) 등은 판매가 늘었다.

미국과 중국 자동차 시장의 대중적인 브랜드 영역에서 과거 일본 업체들이 차지했던 점유율을 2012년 이후 한국 업체들이 빼앗아왔지만 지금은 다시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국 자동차에 등을 돌린 중국인들이 손쉽게 일본 자동차를 찾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12년 이후 한국 자동차 판매가 빠르게 증가한 원인에는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업체들이 생산을 원활히 하지 못한 이유도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차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2, 3년 안에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남미#자동차시장#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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