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고용어젠다 포럼]“청년들을 뛰고 춤추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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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가치… 11조 원 추경 편성해 앞장
민간-공기업, 신규 고용-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적극 나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다.”

지난달 24일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성(一聲)은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것은 물론, 질적 향상까지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의 큰 몫을 차지하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은 신규 고용 계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부 정책에 화답하며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출범…고용의 질 개선은 아직 멀어


대통령 ‘1호 업무지시’를 통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달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며 일자리 창출에 다걸기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는 11조 원 규모 일자리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연내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 △노인 일자리사업 참여인원 3만 명 확대 △청년구직수당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통상임금의 40%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첫 3개월 동안은 통상임금의 8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자리를 대규모로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 나설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당근’을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또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지방세를 깎아주는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고용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61.3%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해 1997년 5월 61.8% 이후 가장 높아졌다. 15∼64세 고용률은 67.0%이며, 실업률은 3.6%다. 취업자 수는 2682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만5000명 늘었다. 지표상으로는 고용과 실업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며, 취업자 4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양호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가 시급한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두 자릿수를 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9.3%였으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 등 사실상 실업 상태인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9%까지 치솟았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건설업의 일용직 종사자 수가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지금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분들이 최고의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취업이 여전히 어렵고 고용환경 개선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뜻이다.

민간기업, 공기업 등 모두 ‘일자리 만들기’ 동참

일자리위는 최근 일자리 창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극 나선 기업들의 사례, 신규 고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동계의 양보 등을 발표했다. 일자리위 측은 “대통령이 22일 일자리위 첫 회의에서 ‘일자리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기업 및 노동계 양보 사례 등을 널리 알려달라’고 지시해 이를 공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업이) 좋은 일자리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면 제가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자리위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50일 동안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약속한 신규 채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는 12만1000개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 8만8000개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례가 민간에서 2만1000명, 공공부문에서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유통업계다. 롯데그룹은 ‘고용이 최고의 복지이며, 성장 확대를 통한 고용 증가’를 내걸고, 올해부터 향후 5년간 4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3년에 걸쳐 업무 연속성을 가진 1만 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롯데그룹이 약속한 8만 명의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 계획은 일자리위가 취합한 전체 일자리 창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신세계그룹은 1만5000명, 현대백화점은 2600명 신규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그 동안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유통 서비스업이 실제로는 ‘일자리의 보고(寶庫)’였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회원 유치와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하청 대리점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발표했다. 농협은 전 계열사 비정규직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농협은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청년 채용을 활성화하고,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한 정규직 전환에도 나서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현장 방문했던 인천공항공사가 올해 안으로 6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 추진단’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 종합계획을 마련해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는 물론 민간 부문으로의 취업 유발 효과를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KB카드 정규직 1500명이 임금을 동결해 하청업체 처우 개선에 쓰기로 나선 사례가 관심을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예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제2금융권의 OK저축은행이 약 6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714명을 채용해 금융권 최대 규모인 특성화고 신입행원 인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경력단절여성 채용에도 적극 나서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 확충에 노력할 방침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고용#일자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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