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으로 부활하는 ‘K뷰티 1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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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사옥까지 팔았던 한국화장품… 중저가 ‘더샘’ 무기로 흑자전환
코스모코스로 사명 바꾼 소망화장품… 신기술 적용한 ‘비프루브’ 내놔
코리아나화장품은 中공장 가동… 현지화 통해 가격경쟁력 확보

한국화장품이 2010년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을 통해 선보인 중저가 브랜드 ‘더샘’의 일본 도쿄 신주쿠 매장(위쪽). 더샘은 
현재 중국, 일본 등 16개국에 진출해 있다. 코스모코스(옛 소망화장품)가 선보인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비프루브’ 매장.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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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장품이 2010년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을 통해 선보인 중저가 브랜드 ‘더샘’의 일본 도쿄 신주쿠 매장(위쪽). 더샘은 현재 중국, 일본 등 16개국에 진출해 있다. 코스모코스(옛 소망화장품)가 선보인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비프루브’ 매장. 각 회사 제공
‘쥬단학’(한국화장품) ‘코리아나’(코리아나화장품) ‘꽃을 든 남자’(소망화장품·현재 코스모코스)….

한국 화장품 업계를 주름잡았던 ‘K뷰티 1세대’ 기업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한때 변화하는 유통환경과 소비자 취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업계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신소재 개발과 연구력, 영업력을 앞세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이 2010년 선보인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 ‘더샘’은 매출이 2015년 716억 원에서 지난해 1400억 원으로 늘며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더샘이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좀처럼 높이지 못해 한국화장품은 2014년 본사 사옥을 매각할 정도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매장 수가 2015년 194개에서 2016년 289개로 대폭 늘어나고, ‘제품 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며 상황이 반전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가 본격화한 올해 1∼3월에도 한국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2.9% 신장한 약 510억 원이었다.

더샘에서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은 한국화장품 자체 제조 상품이다. 기존 중저가 브랜드는 주로 화장품 전문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 생산을 맡기고 마케팅과 영업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샘 관계자는 “자체 연구개발 능력 덕분에 와라타, 하라케케 같은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식물 원료를 개발해 제품화하고, 다양한 색상의 컨실러 등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제품을 그때그때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KT&G가 인수한 소망화장품은 지난해 코스모코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더마코스메틱(과학기술을 적용한 화장품) 브랜드 ‘비프루브’를 최근 내놨다. 비프루브 제품 역시 인천에 있는 코스모코스 자체 공장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코스모코스 관계자는 “소망화장품 설립 당시(1994년)부터 운영해온 산하 ‘피부과학연구소’에서 다양한 신기술 및 신소재 연구를 해왔다. 현재 특허 보유 건수만 32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자체 연구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갖고 있는 1세대 기업들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진출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지에 직접 생산공장을 건설하면 위생허가 등 비관세 장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현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한불화장품과 로드숍 브랜드 ‘잇츠스킨’이 합병한 ‘잇츠한불’이 올해 하반기 중국 후저우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잇츠스킨의 대표 상품인 달팽이크림은 한불화장품이 자체 개발한 달팽이 점액질 성분을 사용하지만 중국 당국의 위생허가를 받지 못하며 1년 이상 직접 수출이 중단돼 왔다.

코리아나화장품도 지난해 중국 현지법인 ‘코리아나천진유한공사’의 공장을 완공해 가동하기 시작했다. 코리아나의 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관계사인 비오코스는 중국 수출 전문 업체 ‘송정’과 5년간 약 60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코리아나화장품 관계자는 “현지 공장 설립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의 수요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현지화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미 바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가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지면서 화장품 유행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1세대 기업들은 제품 개발, 생산력을 바탕으로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으면서도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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