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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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KAIST 연구원장·특훈교수
이상엽 KAIST 연구원장·특훈교수
2015년 9월.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KAIST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며 ‘인류사회에 미치는 파괴적 혁신의 영향력’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이 내용은 넉 달 뒤 그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 개념의 토대가 됐다. 그 후 1년 반 동안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나라가 아닌가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 사회에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1위였던 한국 조선산업의 위기가 이를 대변한다. 현재 세계 1위를 지키며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고 있는 반도체산업도 지속되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정보기술(IT), 석유화학, 철강은 물론이고 최근 급속히 발전한 화장품산업도 새로운 변화를 읽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액센추어 최고경영자인 피에르 낭테름은 세계경제포럼에서 “2000년대에 들어서며 과거 5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이 리스트에서 사라졌는데, 그 이유를 딱 한 가지만 들라고 하면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혁신’이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거기에 알맞은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입시를 위한 교육’에 머물러 있다. 시험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의 전달과 획득에 집중돼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연결해 복잡한 문제를 푸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런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부터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식 습득에 더해 문제를 파악하고 생각하는 능력까지 함양해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교육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현재 기준 고등학교만 마치고도 사회에 충분히 기여하며 행복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정말 더 많은 학습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사람들만이 가야 한다. 이는 앞으로 ‘평생학습’ 시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워낙 빠르다 보니 2∼3년만 학습을 게을리 하면 금방 뒤처지는 시대다. 국가는 모든 국민이 원하는 지식과 정보, 기술을 언제 어디서든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국에 구축해야 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한 온라인 강의를 도입하고,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체험학습도 제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T 역량을 기르기 위한 획기적인 학습시스템도 필요하다. ‘클린 인터넷’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인폴루션제로 재단의 박유현 회장은 “디지털 권리, 소양, 소통, 감정지능, 보안, 안전, 사용, 정체성 등 8가지 관련 지식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게 하자는 것이다. IT뿐만 아니라 물리, 생물 등 기초과학 기반의 다양한 기술도 이런 방식을 적용해 인류와 환경에 기여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시기에 우리 후손들이 더욱 행복하고 건강한 나라를 이어 나가길 바란다면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의 학습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다.

이상엽 KAIST 연구원장·특훈교수
#4차 산업혁명#교육#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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