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용량(가용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질 보다는 양을 우선시하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8일 온라인몰 옥션에 따르면 올해 1~5월 2L 이상의 대용량 생수 제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977% 늘었다. 기존 과자 포장(100g 내외)보다 10배 이상 큰 1.5㎏ 이상 대용량 과자제품도 같은 기간 판매가 13% 늘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런 과자류를 가리켜 마치 동물 사료처럼 양이 많고 오래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인간사료’라고 부른다.
소모성이 강한 생활필수품도 대용량 포장 제품이 잘 팔렸다. 20~40개 묶음 칫솔과 40~100개 묶음 면도기 상품의 판매는 지난해보다 각각 83%, 71% 증가했다. 1~4㎏ 손세정제와 2~4㎏ 샴푸는 각각 75%, 25% 판매가 늘었다.
양을 늘린 제품을 찾는 주된 이유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옥션에서 판매중인 생수 2L 묶음 상품은 1L당 약 275원으로, 1L당 445원인 500ml짜리 제품보다 1.5배 가량 저렴하다. 백민석 옥션 마트실장은 “생필품 중에서도 오래 두고 사용해도 되는 제품은 대용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용량 제품이 잘 팔리면서 기업들도 기존보다 양을 늘린 제품의 출시에 적극적이다. 팔도는 지난해 기존보다 20% 중량을 늘린 ‘팔도비빔면 1.2’ 한정판 제품을 출시해 50일 만에 완판했다. 기존 제품 가격(860원)을 올리지 않고 양만 늘려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었다. 팔도비빔면으로 지난해 46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2월 다시 출시했다.
편의점 CU는 자체브랜드(PB)상품을 대용량으로 출시해 판매중이다. CU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용량 요구르트 상품(270ml)의 판매는 일반 상품(135ml)보다 약 5배가 많았다.
이런 추세가 나타나게 된 것은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 원으로 전년보다 0.5% 줄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6개 분기 만에 1%대에 올랐다지만 내수, 소비로는 파급이 덜 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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