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로 시작해 年매출 92조의 재계 5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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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타격에 호텔 상장 시간걸려, 中사업 투자 단계… 멈출 수 없어”


“새롭게 한국 롯데 사장직을 맡게 됐지만 조국을 오래 떠나 있어 서투른 점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생은 성심성의, 가진 역량을 경주하겠습니다.”

1967년 한국 롯데제과를 세우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말했다. 일본에서 껌으로 사업을 일으킨 그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왔다. 1942년 20세의 나이에 몰래 관부 연락선에 올라타 일본으로 건너간 지 25년 만이었다.

첫해 매출 8억 원이던 회사는 50년 후, 매출 92조 원(2016년 기준)에 달하는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제과, 음료로 시작해 1970년대 호텔과 유통, 화학, 건설로 영역을 확장했다. 1980년대에는 롯데면세점, 세계 최초의 실내 테마파크 롯데월드를 열며 관광 사업을 강화했다. 2004년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에 오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롯데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현재 롯데그룹 매출의 41%는 유통에서, 25%는 화학 건설에서 나온다. 지난해 해외 20여 개국에 진출해 해외에서만 11조60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눈부신 성장을 해왔지만 현재 롯데의 미래는 순탄치만은 않다.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특히 사드 보복은 직접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점포(99개)의 90%가량인 89개가 문을 닫고 있다. 롯데면세점 매출도 20∼30%가량 급감했다.

신 회장은 2년 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그룹의 지배구조개선 등 혁신안을 추진해왔지만 그룹 안팎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실장(사장)은 3일 롯데 비전 설명회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호텔롯데의 주력사업인 면세점이 영향을 받고 있다. 면세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야만 (상장이) 가능해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이 지금은 어렵지만 꾸준히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다. 황 사장은 “롯데제과로 시작해 중국에 진출한 지 약 20년이 됐다. 아직 투자단계라 멈출 수 없다. 2년 동안 있었던 일련의 과정이 오히려 롯데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롯데#사드#신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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