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예금도 2%대 금리… “시중銀 한판 붙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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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인터넷銀 ‘케이뱅크’ 영업 시작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3일 0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화면 캡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3일 0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화면 캡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은행이 문을 열었다. 영업점도, 창구 직원(텔러)도 없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다. 이 은행은 2일 오후 홈페이지를 열고 예·적금 상품과 대출 상품들을 선보였다.

케이뱅크는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2%대 대출이자와 예금이자로 승부를 걸고 있다.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곧바로 계좌를 틀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회원 가입 및 상품 판매는 3일부터다.

금융권은 케이뱅크의 등장으로 인터넷과 모바일로만 은행 업무를 보는 본격적인 ‘무점포 은행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상반기(1∼6월) 중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 2%대 대출과 예금금리로 도전장

케이뱅크의 강점은 금리다. ‘직장인K 신용대출’의 대출금리는 최저 연 2.73%다. 주요 시중은행(3월 말 현재)들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3.61∼4.75%인 점을 고려하면 1∼2%포인트 낮다. 중금리대출 역시 제2금융권이나 개인 간 대출(P2P) 상품보다 저렴했다. ‘슬림K 중금리대출’의 대출금리는 우대 기준을 만족하면 최저 연 4.19%까지 받을 수 있다. 예금금리도 시중은행보다 0.3∼0.7%포인트 높았다. 입출금통장과 정기예금의 최고 예금금리는 각각 연 1.20%, 2.00%였다.

케이뱅크가 이 같은 금리를 책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건비와 임차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거래 영업만 하는 케이뱅크는 현금이나 수표, 어음을 취급하지 않는다. 기업금융도 당분간 다루지 않는다. 금고가 없으니 현금은 다른 시중은행에 맡겨 보관한다. 케이뱅크의 올해 경비예산은 878억 원으로 시중은행의 10% 수준이다. 여기에는 초기 홍보비용도 포함돼 있어 향후 영업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게 케이뱅크 측의 설명이다. 영업비용의 절감분은 예금금리를 높이는 데 쓰일 계획이다.

○ ‘24/7’ 은행시대 개막

고객들은 편의점 GS25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입출금할 수 있다. 현금 입출금을 빼고 365일 24시간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은행 일을 볼 수 있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케이뱅크는 쉬는 날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뱅크 에브리웨어’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앱은 ‘은행 그 자체’다. 케이뱅크는 이체 등을 할 때 별도의 앱을 내려받지 않아도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가 구동될 수 있도록 했다. 비밀번호 인증만 하면 따로 입력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OTP 번호가 생성돼 입력된다.

예금이자를 음악 쿠폰으로 받을 수도 있다. 케이뱅크는 지니뮤직과 제휴를 맺고 음원 서비스 이용권을 이자로 받을 수 있는 ‘뮤직K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고객은 1.68%의 현금이자와 30일간 음원 다운로드 및 실시간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지니뮤직 이용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음원 이용권의 가치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현금이자의 약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베일을 벗은 케이뱅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다른 은행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메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케이뱅크가 내놓은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혜택 이외에는 별다른 서비스가 없어 아쉽다. 시중은행이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가 다수”라고 평가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이제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지켜봐야 한다. 중금리대출 등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은산 분리 등이 풀리지 않은 점도 족쇄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핀테크 활성화 등을 위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보유 지분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특례법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대출#예금#케이뱅크#금리#인터넷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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